[스타인터뷰] 하정우 “그동안 개싸움 했다면, ‘베를린’에서 무술했죠”

입력 2013-02-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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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하정우와 실제의 그는 무척 다르다(고들 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만큼은 영화 속 하정우의 과묵하고 절제된 이미지가 고스란히 베 나왔다. “저 원래 되게 까불까불한데 오늘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요”라며 양해부터 구하는 그에게서 ‘베를린’의 표종성이 언뜻언뜻 교차된다. 생각지도 않게 아내가 망명 신청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표종성의 멘붕이 심한 감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하정우와 교차됐다고나 할까? 눈두덩이를 지긋이 만지며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라던 하정우가 당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던 순간의 표종성과 겹쳐 보인 이유는, 삶은 무엇이 됐든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리라.

당에 대한 신념이 삶의 전부인 남자 표종성, 오직 하나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묻자 하정우는 “복잡하지 않기 위해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표종성의 당에 대한 충성도는 어마어마하죠. 결혼마저도 당에 대한 충성으로 하는 인물이니까요. 어릴 때부터 그것이 자기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사람에게 갑자기 아내가 문제가 되면서 결말까지 치닫는 상황이에요.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괜히 복잡한 캐릭터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침묵을 잘 활용해야 겠다는 생각에 순간순간 침묵을 할애했죠. 표종성의 침묵은 드라마를 관객에게 맡기는 시간이에요. 침묵 속에서 관객의 상상력은 살아나죠”라고 답한다. 극중 표종성이 하정우라는 배우를 만나 치밀하게 계산되어 캐릭터로 탄생한 셈이다.

영화 ‘베를린’은 쉴 새 없는 작품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잠시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끊임없이 싸우고 부딪히면서 시선을 스크린에 묶어둔다. 또한 그게 정답이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나 예측을 할 필요가 없다. 액션 그 자체로 감탄하면 그 뿐이다.

“액션신이 놀라울 정도로 잘 나왔어요. 내가 보는 좋은 영화의 기준은, 어떤 한 부분이라도 내 마음에 들었다면 그게 좋은 영화거든요. 영화도 사람 같아서 모든 게 풍성하면서 완벽할 수는 없어요. ‘베를린’의 장점은 액션신이에요. 이념은 영화의 배경일 뿐이죠. 액션이 잘 살아나면서 장르적인 쾌감이 충분히 만족스럽게 배치됐어요. 그 부분이 관객 또한 만족시키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빠른 속도로 흥행 기록을 써가고 있는 것이겠죠.”

그는 영화에 대한 쾌감이나 만족도를 꼽던 중 14년 전 ‘쉬리’라는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한석규와 한 프레임 안에 자신을 비롯한 류승범, 전지현 등이 배치돼 보여 지는 것을 중요한 의미로 꼽았다. 그 자체가 “살아 있는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가 ‘베를린’의 최고 미학으로 꼽은 액션은 그 동안 배우 하정우가 보여줬던 그것과는 다르다. 그 동안 그때그때 처해진 상황에 따른 액션을 했다면 이번 액션은 태극 1장 주먹 지르기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액션을 준비했다.

“좀 더 전문적이고 정돈된 무술을 보여주기 위해 반복적으로 훈련을 많이 했어요. 당수 등 모션 하나라도 요원답게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게 이 영화의 미학인 만큼 무술에 전문성이 결여 되서는 캐릭터도 이야기도 풀어내기가 어려웠지요.”

영화를 대하는 자세에서 ‘충무로 대세 배우’라는 말이 충분히 설명되는 순간이다. 하정우에게 시나리오를 보는 어떤 특별한 눈이 있기에 출연작마다 재미있고, 출연작마다 흥행의 연속일까.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그럴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시나리오를 봐요. 철저히 시나리오만 놓고 보지 않고 그 이야기 안에 인물이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느냐까지 보는 것 같아요. 그 인물이 이야기를 할 때 나와 공감대가 형성되면 되요. 최근 들어서는 고립된 인물에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뭔가 고독해 보인다거나 방황하는 부분이 있는 캐릭터에 내가 공감을 하고 있는 거예요. 뭔가 그런 인물을 알고, 이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탓인가 봐요.”

▲ 충무로 대세 배우, 연출자가 되다

최근 그는 한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롤러코스터’다. 현재 후반 작업 1차가 끝났고, 하정우가 출연중인 ‘더 테러 라이브’ 촬영이 끝나면 2차 후반작업을 해 가을 쯤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내 놓을 예정이다.

“ ‘베를린’ 촬영 끝나고 오롯히 4개월이라는 휴식 시간이 생겼어요. 철저히 나 자신만을 위해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치밀하게 고민을 했죠.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연출이었어요. 배우는 촬영 현장에서 고립된 그룹이에요. 연출을 하면서 영화 촬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었어요. 그걸 알아야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영화도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출을 해보니 감독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 자신과 함께 일했던 감독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됐다는 그다. 연출 이전의 배우 하정우와 이후의 배우 하정우는 많이 달라졌다.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고, 좀 더 능동적으로 촬영 현장에 대처하게 됐다. 더불어 연출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코미디 영화 찍고 싶어요. 우디알렌류의 코미디랄까.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도 좋아요. 배우 출신 연출이요? 편견 있지만 자꾸 배우들이 시도를 하고, 그 안에서 보석 같은 작품이 소개 돼야 편견이 없어져요. 제가 그런 과정의 포석이 된다고 해도 좋습니다. 계속 시도 해보고 싶어요.”

자신을 지칭하는 ‘보통남자’라는 수식이 좋다는 하정우는 절대 보통이지 않은 보통 남자였다. 스크린에서만 볼 법한 조각 미남이 아니어서 보통 남자지만 그 내면에 깎아 놓은 듯한 신념과 그것을 다듬어 내는 의지, 그것은 판타지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좋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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