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수 교수 1970년대 '선데이서울' 분석 "관음증 최대화·정치 외면 도구"

입력 2013-02-1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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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상품화하면서도 '억척녀' 강조

'전라의 뜨거운 연기' '누드모델 기근으로 골치 앓는 대학가' '관능적인 남성이 되는 법' '야수들의 성생활'….

1970년대를 풍미한 주간지 '선데이서울'의 기획물 제목이다. 1968년 9월 창간호가 발매 2시간만에 6만 부가 매진될 정도로 대대적 성공을 거둔 선데이서울에는 독재정권의 엄혹한 시절이었음에도 낯뜨거운 제목의 기획물이 줄을 이었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3일 동국대 문화학술원 한국문학연구소가 여는 학술대회에 앞서 "선데이서울은 남성의 관음증을 최대화하면서 정치의 문제로부터 대중의 눈을 떼게 해 주고 여성을 상품화의 대상으로 한 정치·여가 산업"이라 분석한 발표문을 내놨다.

임 교수는 1970년대 주간지의 주된 독자층이 사회 하층계급의 남성들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선데이서울 같은 주간지 구독이 저소득과 장시간의 노동 때문에 물리적으로 여가 시간을 낼 수 없었던 남성 노동자들의 '저렴하고 감각지향적인 오락문화'였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선데이서울은 컬러 누드 화보와 남성 독자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기획물이 주를 이루며 여성을 상품화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억척같이 일하는 여성상'을 부각하면서 산업화에 이바지할 것을 종용했다.

당시 인터뷰 기획물에는 '매달 월급을 아껴 적금을 하며 억척같이 사는' '돈 벌어 동생들 자립시키겠다는' '낮에는 직장 밤에는 풀빵 장수로 오빠와 세 동생 공부시킨' 같은 표현들이 제목에 빈번하게 등장해 여성에게 이중적 역할을 요구했다.

이 같은 선데이서울의 기능은 내용상의 변화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선데이서울은 창간호부터 1974년 중반까지 국내외 유명인의 섹스 스캔들이나 국내 유명 살롱이나 카페의 마담 소개 같은 가십성 기사와 도색적 기획물로 남성 독자층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74년 후반 들어서는 섹스 관련 기사가 줄어들고 국내외의 다양한 연예계 소식, 직장여성·여공의 성실한 삶, 성교육 및 행복한 결혼생활 같은 여러 소재의 기획물을 다루며 대중문화 연예잡지로의 변화를 모색했다.

선데이서울에 게재된 광고만 보더라도 1970년대 초반까지는 남성 기성복·자동차운전면허학원·탈모증 치료제·성병 치료제·나이트클럽 등의 광고가 많았지만 이후에는 영화·피임약·생리대·화장품·결혼용품 등의 광고가 대거 등장했다.

임 교수는 "선데이서울은 군사정권의 문화통제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 소비문화 시스템이 만든 '4천만의 통속잡지'"라면서 "1970년대 대중문화를 선도한 주간지가 대중의 일차적 욕망에 영합하면서 정치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을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순한 저질의 잣대에서 한걸음 물러나 당시 주간지가 어떤 시대적 욕망을 드러냈는지 진지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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