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3위 PC업체 델이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마이클 델 창업자에게 매각되고 리버티글로벌이 영국 2위 케이블TV업체 버진미디어를 인수한 가운데 이같은 흐름이 올해 지속될 전망이라고 12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CNN머니가 보도했다.
델의 매각 규모가 244억 달러(약 27조원)에 달하고 리버티글로벌의 인수 규모가 233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주에 발표된 M&A 규모만 500억 달러에 육박했다.
투자은행 베어드의 크리스 하네드 M&A 담당 상무이사는 “현재 기업들이 물 밑에서 M&A 논의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면서 “오는 3~5월에 M&A 발표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M&A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미국 케이블업체 컴캐스트도 이날 제너럴일렉트릭(GE)이 보유한 NBC유니버셜 지분 49%를 16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컴캐스트는 지난 2011년 NBC 지분 51%를 138억 달러에 매입한 데 이어 이번 거래로 회사를 완전 인수하게됐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등으로 기업들이 M&A 투자를 꺼렸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올해는 경제 악재들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다시 대담한 행보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로펌 커크랜드앤엘리스의 사르키스 제베얀 M&A 담당 파트너는 “기업들은 기록적인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에 나서라는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대형 M&A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보유 현금은 현재 1370억 달러가 넘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680억 달러, 구글이 480억 달러 가량의 현금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M&A 열풍을 이끌 전망이다. 하네드 상무는 “자본시장의 역동성 속에 많은 기업이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M&A에 필요한 실탄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M&A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뤄진 M&A 규모는 9820억 달러였다. 이는 금융위기 전인 지난 2007년보다 35% 줄어든 수치라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