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위원(중앙대 교수)이 인수위에서 보여준 모습은 괴짜다. 기자들이 홍 위원의 얼굴을 잘 모르던 때인 지난달 9일에는 귤 한 꾸러미를 사와 취재진에게 일일이 나눠줬다. 홍 위원이냐고 묻자 “홍기택이 누구야?”라고 되물으며 인수위 사무실로 유유히 들어갔다.
그는 기자들을 피하기 위해 청명한 날씨에 우산을 펴고 출근하는가 하면 빵모자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와 인수위원이 아닌 척 하기도 했다.
언행은 서슴없다. 홍 위원은 “차장급 기자들이 나와서 뻗치기(기자들이 취재원을 기다리는 취재수단)하면 뭐든 말해준다고 그래. 어디 막내 기자들 골탕 먹이려고…”라고 말하며 기자들을 피해다닌다.
홍 위원의 동료들에게는 그의 기행이 예상 밖이었다. 홍 위원이 운영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IC)의 한 관계자는 “홍 위원은 진지하고 생각이 깊고 점잖은 이미지”라며 “그의 행동들이 신문에 나온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KIC 운영위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투자정책, 예산과 결산의 승인, 경영성과 등을 심의·의결한다.
홍 위원의 한 동료 교수는 “홍 위원이 괴짜스럽지는 않지만 소신이 강하다. 이 같은 성격이 때로는 주장이 강해 잘 굽히지 않는 것처럼 비친다. 그가 인수위에서 기자들을 피하기로 한번 마음먹어서 기이한 행보들을 이어나가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홍 위원에게 독특한 성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홍 위원은 주변 동료들에게 정보·기술(IT) 제품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새로운 제품을 먼저 구입하는 소비자)로 유명하다. 그의 동료 교수는 “과거 인터넷이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 홍 위원은 가장 먼저 익혀 동료들에게 가르쳐줬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IT 제품을 먼저 사용하는 취미가 있으며 예전부터 컴퓨터를 직접 조립했다”고 말했다.
먼저 사용해 보고, 먼저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은 업무에서도 나타난다. KIC 한 관계자는 “홍 위원은 업무처리에서 꼼꼼하며 남들보다 앞서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홍 위원은 국제금융 부문에서 정평이 나있다. 그는 ‘외국 자본과 1970~1990년대의 한국의 경제성장’‘외국 자본의 유입과 금융이 경색된 경제에서의 통화정책’‘1970년대 초 이후의 한국 금융개혁’ 등의 논문을 썼다.
홍 위원은 국제금융 등 거시경제 부문에서 인정 받은 실력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박 당선인의 대선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 지난 2010년 12월 발족했을 때 창립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공식적으로 박 당선인과 처음 연결된 시기다. 그러나 홍 위원이 ‘서강학파’인 것을 고려하면 그 이전부터 박 당선인에게 직·간접적으로 정책 조언을 해왔다는 것이 주변 동료들의 전언이다. 홍 위원은 고건 전 총리가 지난 2007년 대선 출마를 고려했을 때에도 경제 부문 자문 역할을 했다.
그 동안 경제·금융 정책 조력자 역할을 했던 홍 위원은 인수위를 통해 전면으로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홍 위원이 박근혜 정부 5년 간의 경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1세대 서강학파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재직한 남덕우 전 총리, 전두환 전 대통령 때의 김만제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재무부 장관을 거쳐 6공화국 때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역임한 이승윤 전 부총리가 있다. 2세대 서강학파로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 등이다. 서강학파 인맥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의 성장 우선 정책을 입안 설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홍 위원이 서강학파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 위원이 거시경제와 국제금융 등에 정통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위원회 등 금융부문이나 경제 관련 부처 요직을 맡을 수 있다. 홍 위원은 인수위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통계청, 조달청 등의 정부부처 업무를 인계 받는 역할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