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올림픽 퇴출 날벼락… 태권도는 잔류

입력 2013-02-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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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으면 아웃" 시대변화 반영 냉정한 결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레슬링이 올림픽 ‘핵심종목’의 지위를 잃어버리자 국내 레슬링계도 예상을 깬 결과에 경악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 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환호하는 김현우. (사진=연합뉴스)

염원했던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잔류할 수 있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2020년 올림픽부터 채택할 25개 핵심종목에 태권도를 포함시켰다.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선정된 25개 종목은 오는 9월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IOC 총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상정돼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남기고 있다. 집행위원회에서 결의한 내용이 총회에서 바뀌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태권도는 사실상 영구적인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IOC는 향후 하계올림픽에서 최대 28개 종목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5개 핵심종목을 정하고 그밖의 후보 종목을 정해 핵심 종목은 2020년부터 정식종목으로 치르고 나머지 3개 종목은 후보군 중 매 올림픽마다 경쟁을 통해 정한다는 방침이다.

태권도의 25개 핵심종목에 포함은 전세계적으로 저변이 넓어진 점과 무관하지 않다. 창설 40주년을 맞이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은 가맹국이 204개국에 이른다. 아시안게임은 물론 팬아메리칸게임, 아프리카게임, 오세아니아게임 여기에 유러피언게임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각 대륙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정식종목으로 치러지고 있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은 태권도의 올림픽 핵심종목 포함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대한태권도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김 전 부위원장은 “올림픽에 잔류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다”라고 운을 떼며 “총회에서 이번 결정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긴 하지만 향후 종목 재조정을 대비해 잔류 가능성을 100%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태권도계가 경사를 맞이한 반면 레슬링계는 초상집이다. 레슬링은 25개 핵심종목에서 제외됐다. 사실 레슬링의 제외는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고대올림픽에서도 실시됐던 종목인데다 1회 근대올림픽부터 채택된 유서 깊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레슬링은 올림픽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실제로 아시아레슬링연맹 김창규 회장 역시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 몇 년 전 그레코로만형 퇴출에 대한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오래 전이고 최근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레슬링금메달리스트 심권호 역시 “고대올림픽부터 이어진 종목이 빠진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하지만 올림픽의 상징성도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퇴출된다는 점을 IOC는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아 팬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된 것이 첫 번째 퇴출 이유다. 국제레슬링연맹(FILA) 역시 위기의식을 느껴 경기 규칙을 개정하고 세트제를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큰 지지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고 결국 핵심종목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향후 레슬링은 올림픽 정식종목 진입을 노리는 야구 소프트볼, 가라테, 우슈, 롤러스포츠,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 7개 종목과 함께 2020년 올림픽 정식종목에 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오는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차기 IOC 집행위원회 회의에서는 이들 8개 종목 중 하나를 채택해 9월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IOC 총회 때 안건으로 상정하게 되고 2020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최종 결정된다. 물론 핵심종목에서 제외됐을 뿐 완전히 퇴출된 것은 아닌 만큼 올림픽에 계속 남을 가능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핵심종목에서의 제외로 매 올림픽 때마다 타 종목과 치열한 싸움을 펼쳐야 하는 만큼 향후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한편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은 “태권도의 핵심종목 진입은 우리 스포츠 외교의 값진 성과”라며 기쁨을 표현했다. 하지만 레슬링의 퇴출에 대해서는 “각 종목마다 인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역사와 전통만으로 내세워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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