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극재(46·서울 서초구)씨는 일주일에 한번은 캠핑을 갈 정도로 ‘캠핑 마니아’다. 캠핑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직장의 모든 행사는 “캠핑으로 대체하자”는 기안을 낼 정도로 주변에서는 ‘캠핑 전도사’로 통한다.
방씨는 “직장 상사와 가족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캠핑을 떠난다” 고 말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도 기꺼이 하겠다는 설명이다. “나를 위한 휴식을 소비를 통해 하겠다”는 힐링족의 단면이다.
광고대행사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지난해 소비자 성향을 심리적 피로감(Discomfort), 휴식형 소비(Disburden), 절약형 소비(Discount) 등 3D로 요약했다. 응답자의 49.1%는 “시간 여유가 있으면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간다”고 답했다. “건강을 위해 돈 쓰는 것은 아깝지 않다”는 응답도 49.6%에 이르렀다. 경기 불황으로 심리적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휴식형 소비 심리가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주업체인 보해는 힐링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지난해 대박을 쳤다. 보해는 자사 소주 브랜드 ‘월(月)’의 신개념 인터렉티브 광고에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월 캐릭터를 맡았던 자사 모델인 한가인이 소비자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그녀가 추천하는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른바 ‘힐링 타임’을 갖는 콘셉트를 도입했다. 그 결과 하루에 5만5000명 꼴로 단 열흘 만에 55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카페인 과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에너지 음료의 편의점 매출은 콜라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에너지 음료는 2011년 12월 22%에서 2012년 6월 45%로 두 배 성장했고, 9월에는 47%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콜라 1.5ℓ 사이즈를 제외하면 ‘55 : 45’로 에너지 음료가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육체적인 것을 넘어 정신적으로도 피로감을 회복하기 위한 정서가 매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유기농 소비도 힐링 소비의 급증을 잘 알 수 있는 단면이다.
아이쿱 생협 측은 지난 6일 국내 최초 유기인증 라면‘자연드림 오가닉라면’까지 출시했다. 생활 제품의 유기농화다. 라면이 몸에 해롭다는 편견을 넘어 면과 수프의 원재료 95% 이상을 유기농으로 채운 것이 특징이다.
유기농 전문점 시장도 힐링족의 급증으로 활발하다. 올가홀푸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맹점을 6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매장 30개 이상을 낸다는 목표다.
올가홀푸드 관계자는 “기존 건강기능 식품에서 친환경 야채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친환경 제품이 마진율이 낮지만 식품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원의 해가온은 2011년 매장 7개에서 2012년 15개로 늘었고, 올해 30개까지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2014년에 매장 60개, 2015년에 100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생활 속 유기농 소비를 늘리기 위해 해가온은 지난달 3일 가회점을 베이커리가 같이 있는 60평대 복합매장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해가온 측은 앞으로 복합매장을 2개 정도 더 오픈할 예정이다.
힐링족 자신이 사업에 뛰어든 경우도 있다. 강림자연농원을 통해 유기농산물 가공 김치를 국내에 선보인 임수복 강림CSP 회장의 사례다.
임 회장은 평소 ‘유기농 예찬론자’로 지인들에게 유기농의 장점을 알려왔다. 최근에는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유기농 브랜드 ‘디 오가닉 퍼머시’를 강림오가닉을 통해 들여와 강남역 인근에 매장까지 오픈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전문가들은 힐링산업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힐링 관련 브랜드 출원 건수는 2008년 26건에서 2011년 72건으로 늘어난 데에 이어 지난해 7월 말까지 86건을 출원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 뉴스위크는 21세기에는 멘짱(Mental fitness)을 만드는 산업이 각광 받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힐링과 비슷한 리렉세이션(relaxation) 시장이 팽창해 현재 인구 5명 중 1명이 힐링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다”며 “힐링산업과 유기농 소비가 국내에서 각광받을 날이 멀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