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청자 신뢰 저버린 리얼리티쇼 - 유혜은 문화부 기자

입력 2013-02-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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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 정글에서 스타들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다. 보는 사람이 손에 땀을 쥘 정도로 브라운관 너머 펼쳐지는 상황이 생생하다. 미모의 여배우도 험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을 이끄는 ‘생존 전문가’ 김병만은 숱한 고비와 어려움을 물리치며 정글을 개척해나가는 저력을 보여준다.

‘정글의 법칙’은 지난해 SBS 연예대상 최우수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시청자들은 미지의 세계에 아낌없이 몸을 내던진 출연진에게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내부 고발로 인해 그 신화는 깨지고 말았다. ‘명품 자연다큐·휴먼드라마·리얼 버라이어티가 공존하는 리얼리티쇼’란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는 몇 차례의 구글 검색만으로도 힘없이 무너졌다. 매회 가슴 졸이며 병만족의 모험을 지켜본 이들은 허탈함과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시청자들의 날선 비난을 마주한 출연진과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공식 입장 역시 “우리의 고생을 알아달라”는 눈물겨운 호소였다. 한 출연자는 “손가락을 건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내뱉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정글의 법칙’에 분노한 이유는 김병만을 비롯한 출연진이 생각보다 고생을 덜해서가 아니다. 리얼리티쇼란 타이틀을 내걸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을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으로 포장하고 문명이 깊숙히 침투한 관광지를 생존을 위해 싸워야하는 오지로 둔갑시킨 점이 문제다. 뿐만 아니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삶을 꾸리고 있는 원주민들을 미개하고 원시적인 존재로 폄하해서 표현했다.

이제 ‘정글의 법칙’ 시청자들은 과연 어디까지가 리얼이고 어디서부터 연출인지 계속 의심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지도 모를 진실 때문에 리얼리티쇼를 불신의 눈으로 지켜보는 촌극이 안방극장에 펼쳐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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