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첫 날(9일) 이른 아침 숭실대학교 대운동장. 영하 12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서도 축구를 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혹독한 추위를 입증하듯 운동장 주변에는 얼어붙은 눈덩이가 어른 허벅지 높이만큼 쌓여있다. 그러나 짙은 입김을 품어대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이들에게는 혹한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서울 송파의 ‘자위생활조기축구회’ 회원들이다.
올해로 창단 31년째를 맞은 이 축구회는 서울 송파의 잠실주공아파트 2단지 주민들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축구 동호회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개중에는 아버지를 따라온 초등학생도 있다.
이 축구회의 특징은 무엇보다 끈끈한 우정이다. 동네를 기반으로 형성된 만큼 회원들은 모두 동네 형·동생 사이이기 때문이다.
정기모임은 매주 일요일이나 휴일 오전이다. 기껏 해봐야 일주일에 한번 정도지만 하늘이 두 쪽이 나도 휴일 운동을 거르는 일은 없다. 이의규(52) 수석부회장은 “설이나 추석 당일을 제외한 모든 휴일에 함께 모여 축구를 한다”며 “격렬하게 운동하며 땀을 흘리다보면 우정이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이 송파구 생활조기축구회에 가입된 팀은 총 21개로 목표는 매년 열리는 구 대회 우승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서울시 대회 출전 자격이 주이지고, 서울시 대회 우승 시 전국대회까지 출전할 수 있다. 비록 ‘그들만의 리그’지만 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월드컵 열기 못지않다.
축구회가 동네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이 활성화됐다면 등산은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다. 검색사이트 네이버에 ‘등산동호회’라는 이름으로 가입된 카페는 총 1026개다. 그중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카페는 ‘천지산악회’로 6만258명(이상 2월11일 현재)이다.
이 산악회에는 거의 매일 크고 작은 모임이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11일)도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 예봉산, 인왕산 등 5개의 ‘번개모임’이 동시에 진행됐다. 참여 인원은 최소 10명 내외로 4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골프도 동호인 스포츠로서 인기다. 직장생활이나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필요한 운동으로 알려졌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활동 연령은 40~50대로 사회생활이 활발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된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령대가 점점 젊어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매월 정기모임(라운드)을 갖고 친목 도모와 정보 교류를 한다. 겨울철에도 휴식은 없다. 해외전지훈련이나 원정골프를 떠나기도 하고 피팅교육, 골프클럽시타회 등 소모임을 열기도 한다.
김주성(56) ‘골프4050’동호회 회장은 “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회원들을 알게 됐지만 우정은 각별하다”며 “골프는 혼자서 즐길 수 없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동호회 스포츠로는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스포츠 관련 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핑골프클럽을 수입·판매하는 삼양인터내셔날은 시타회와 신제품발표회 초청, 시상품·기념품 증정 등 동호회 회원들에 대한 우대가 각별하다.
강상범 삼양인터내셔날 마케팅팀장은 “홍보·마케팅을 떠나서 마니아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들이 자립적으로 동호회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후방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고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는 등 스포츠 동호회는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활력충전소’다. 이처럼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는 동호회 스포츠를 더욱 유익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점도 있다.
이윤기(47) 월간 자전거생활 이사는 산악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허리디스크와 각종 성인병에도 좋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자전거 동호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동호회 활동에 열성적이었지만 지금은 혼자서 라이딩을 즐긴다.
“동호회 활동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의욕적이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충돌하게 된다”며 “운동보다 광고·홍보를 위해 참여할 경우 정상적인 동호회 활동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또 “지나치게 동호회 활동에만 몰두할 경우 자칫 가정생활에는 소홀할 수 있기 때문에 동호회와 가정을 동시에 생각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