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에서 배운다]실의태연(失意泰然), 실패땐 차분하게 원인 찾아라

입력 2013-02-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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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교동 최부잣집의 ‘ㅁ’자 형태 안채 모습. 최부잣집은 가훈인 육훈과 육연을 바탕으로 존경받는 12대 만석부를 유지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박근혜 새정부가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정책기조를 내세우며 내각 구성에서 전문가를 대거 등용하고 있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창의와 전문성을 존종해야 하고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물론 실패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박근혜 초기 내각 구성에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포진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 발사 성공은 두 차례의 발사 실패와 열 차례 발사 연기라는 과정을 거쳤다. 청와대 정무라인은 실패의 부담감 때문에 현 정부에서의 추가적인 발사 시도를 만류했다고 한다. 만약 나로호 발사를 연기했다면 나로호 발사는 영원히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면 창조적 성공은 나타나지 않는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도 이전 정권들의 실패를 거울 삼아 창조경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도 수많은 실패를 딛고 혁신을 이룩했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2005년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애플에서 해고된 일은 저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일 중 최고의 사건이었다”며 “그 사건은 성공의 중압감을 벗어나 초심자의 가벼운 마음을 되찾게 해줬고 내 인생의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시기로 들어갈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시련을 이겨내고 세계 최초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스토리를 만들어 디지털애니메이션 업체 픽사의 성공을 일궈냈다. 이를 계기로 다시 애플에 복귀한 후 과거 실패의 경험을 거울 삼아 파산 직전의 애플을 아이폰 개발로 스마트 혁명을 이끈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

박근혜 정부가 중요한 화두로 던진 창조경제를 이끌어가려면 과거 정치 지도층의 정책 실패와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 실패 사례를 극복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경주 최부잣집이 실천한 ‘육연(六然)’ 중 ‘실의태연(失意泰然)’ 정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실의태연은 실패했더라도 태연한 모습으로 차분하게 실패의 원인을 찾아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게 대비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즉, 최부잣집은 실수를 하더라도 최선의 후속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가르침을 남겼다.

일제 식민지 시절 최부잣집의 마지막 부를 지킨 최준은 독립운동을 위해 백산무역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정보연락과 군자금을 지원했다. 백산무역을 통해 해외로 송금된 독립운동자금이 당시 돈으로 1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당시 집 한 채 가격이 1000원 정도였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1000억원이 넘는 돈이다. 결국 백산무역은 내부 분열과 수입 대부분을 독립자금으로 지원하는 바람에 부도를 맞게 됐다.

백산무역 부도로 최준은 재산 대부분을 담보로 맡기고 조선식산은행과 경상합동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아 회사 경영을 했기 때문에 부채 130만원을 지게 됐다. 모든 재산을 은행에 압류당한 최준은 하루아침에 거부에서 빚쟁이 신세로 전락했다. 압류 탓에 최준은 집안식구에게 줄 돈이 없어 담배를 사오라는 말도 못할 지경이 되자 결국 담배도 끊었다고 한다. 최준 부인도 압류 딱지가 붙는 바람에 보름 동안 버선을 갈아 신지 못했을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식산은행의 총재 아리가 미쯔도요가 최준이 선 거액의 빚보증을 해제해 줬다. 부도 직전까지 최부잣집은 흉년이 들자 기아자 구호에 많은 재산을 풀었는데다 부채를 갚기 위해 소작료도 올리지 않아 신망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만약 최부잣집 재산을 부도처리해서 몰수하면 당시 일본이 내세운 내선일체 정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빚보증을 해제해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후 해방이 돼 모든 재산을 되찾게 된 최준은 인재양성을 통한 부국강병을 바라면서 전 재산을 출연해 현 영남대학교를 설립하고 영원한 만석 부자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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