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재형저축, 저금리시대 구세주될까

입력 2013-02-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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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7년이면 비과세 혜택… 예금금리 4%선 예상

추억의 재형저축이 돌아온다.

다음달 6일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한다. 재형저축은 지난 1977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서민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았다. 이후 1995년 재원 부족으로 폐지됐지만 정부가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서 장기주택마련저축의 비과세 혜택을 없애는 대신 재형저축을 재도입하기로 하면서 18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재형저축 등장과 함께 가입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권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재형저축이란 = 재형저축은 이자소득세(15.4%)가 면제되는 만큼 서민과 근로자의 재산 형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입 대상은 총 급여액이 연간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로 한정됐다. 가입 기간은 7년이지만 3년 이내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므로 최장 10년 동안 가입할 수 있다.

오는 2015년 말까지 가입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가입 후 3년간은 고정 금리가 적용되고, 4년차 이후에는 고시금리에 연동해 변동된다. 분기당 적립 한도는 300만원으로 연간 최고 12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지난 1977년 재형저축이 첫 선을 보였을 때는 5년 만기에 연이율이 30%를 웃돌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정부가 높은 금리를 예산으로 보전해 주는 등 재정 지원을 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재형저축이 폐지됐던 만큼 이번에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금리 수준을 출시 초기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재형저축에는 예금과 보험, 펀드상품을 담을 수 있다. 이중 은행권에서 출시될 예금상품은 금리가 4%대로, 물가상승률을 제외하면 투자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펀드상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들이 재형저축 상품의 금리를 자율적으로 정하는 만큼 은행끼리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재형저축은 7년 이상 불입해야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점 때문에 장기거래 고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총 급여 5000만원 이하로 제한돼 청년층 고객이 많을 것이라는 점도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은행들은 이달 중순부터 마케팅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금리는 이달 말이나 돼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은 영업점에 전달한 공문에서 고객들에게 상품을 설명할 때 금리는 빼고 기본적인 상품 가입요건과 혜택 등만 설명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치작전 뒤에 금리를 최종 확정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은행권 마케팅 가열되나 = NH농협은행은 최근 각 영업점에 재형저축을 알리는 팸플릿을 배치하고 상담 전용 창구를 만들었다. 특히 농협은행은 조만간 재형저축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농협 측은 우선적으로 각 계열사 직원들의 농협 재형저축 상품 가입을 독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지난주부터 각 지점마다 재형저축 상품 출시와 관련해 당행을 이용해달라는 SMS 문자 서비스와 이메일을 고객들에게 발송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3월 초 상품조건이 나오면 “내용을 받아보겠다”는 고객의 사전 예약신청서를 받아둔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지난주부터 공단 위주로 재형저축 상품의 가입 대상 고객들을 리스트로 만들었다. 각 영업점에서 대상고객을 조회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시켜 단체 SMS문자를 발송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우선 지점에 문의하는 고객들에게만 개정된 세법 내용을 소개하면서 재형저축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만 안내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조만간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각 영업점에서는 현재 대응 준비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시작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은행도 내부적으로 재형저축 상품 고객 분석에 착수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재형저축 상품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 경쟁을 본격화하자 금융감독원은 과열 혼탁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시작하면서 자칫 영업현장에서 상품 내용을 미리 알리는 행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 은행 지점에서 재형저축 상품에 대한 예약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지난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은 출시 전 상품안이 확정돼 예약을 받을 있었으나 이번 재형저축 상품은 오는 3월 상품을 확정·출시할 예정이어서 예약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자산운용사도 마케팅 전쟁 = 자산운용사도 지난 15일부터 금융감독원에 재형저축펀드 신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날 9개 펀드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동부자산운용 등도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상품 유형은 장기투자임을 감안해 안정적인 채권혼합형이나 채권형이 많고 자본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외펀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번 재형저축펀드 출시가 펀드시장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간판펀드의 자펀드 형태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은 ‘한국투자 재형 글로벌타겟리턴 증권 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 ‘한국투자 재형 글로벌멀티인컴 증권 자투자신탁(채권혼합-재간접형)’,‘한국투자 재형 네비게이터 증권 자투자신탁(채권혼합)’ 등 총 9개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 코리아컨슈머 재형저축 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 ‘미래에셋 글로벌인컴 재형저축 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 ‘미래에셋 글로벌다이나믹 재형저축 증권자투자신탁(채권)’, ‘미래에셋 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 재형저축 증권자투자신탁(채권)’, ‘미래에셋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재형저축 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 등에 1~2개 상품을 추가해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중국과 아세안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삼성재형저축차이나본토증권자’펀드와 ‘삼성재형저축아세안증권자’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모펀드 역시 3년 수익률이 각각 102.31%, 21.16%에 달해 우수하다.

KB자산운용은 ‘밸류포커스펀드’를 활용한 ‘KB재형밸류포커스30자(채권혼합형)’와 이머징국공채펀드를 출시하고 고객몰이에 가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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