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ㆍ스포츠 '어둠의 경제']각본 있는 승부의 세계… 검은 돈이 흐른다

입력 2013-02-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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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 실태 및 파장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승부조작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다. 프로축구에서 시작된 일부 선수들의 승부조작 파문은 이후 프로배구와 프로야구로 이어졌고 관련 선수들이 사법적 처벌을 받으면서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부조작이 근절됐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프로스포츠는 돈이다. 선수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도 마찬가지다. 불황 속에서도 스포츠산업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를 대상으로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걸고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베팅산업 역시 하나의 산업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인기 높은 축구를 중심으로 베팅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마, 복싱, 개경주(dog race) 등에 이르기까지 베팅이 이루어지지 않는 종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중국 인도 중동에서는 낙타경주에도 베팅을 한다.

국내에서도 2001년 10월 축구토토가 발매되며 본격적인 베팅 시장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시행 초반 토토에 대한 대중의 인식부족과 영업의 어려움으로 곤란을 겪었고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게 됐다. 과도기를 거쳐 현재와 같은 본격적인 산업으로 자리잡은 것은 2010년을 전후해서였다.

문제는 이와 달리 합법적인 절차로 이루어지지 않는 불법베팅이다. 즉 도박이라는 것이다. 행위 자체가 불법인 만큼 그 규모는 추산하기도 어렵다. 통상 국내 불법 베팅 시장의 매출규모는 합법시장의 6~7배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토토 시장의 규모는 연간 1조9000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불법시장의 규모는 무려 12조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스포츠토토는 발매금액의 상당 부분을 스포츠인프라 구축과 각종 스포츠 사업에 사용한다. 반면 불법도박업체는 이 같은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가 스포츠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팅 종목이 무궁무진하고 액수의 제한도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최소한의 법적인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불법 베팅이 독버섯처럼 늘어나면서 승부조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해외에서 사이트를 개설해 비밀리에 회원들을 모집하는 방법은 이제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 이에서 벗어나 실제로 경기 자체를 조작하기도 한다. 브로커가 선수들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하면서 고의로 경기 내용을 조작하고 각본대로 경기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행위를 하는 자를 ‘매치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스포츠토토의 베팅 대상은 국내 프로축구 1부리그다. 하지만 불법업체는 관심이 떨어지는 내셔널리그나 3부리그격인 K3 경기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구단의 자립도가 약하고 선수들의 처우도 열악해 브로커들의 손쉬운 먹이감이 된다. 때문에 이른바 ‘매치 디자이너’들이 활개를 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하부리그 경기에서는 서로 다른 브로커가 양팀에 관여해 한 팀은 0-1로 패할 것을, 또 한 팀은 0-2로 패할 것을 사전에 주문 받고 출전하기도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수들은 축구가 아닌 축구를 가장한 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통하는 스포츠가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드라마로 변질되는 셈이다.

이처럼 불법스포츠도박은 그 단계를 벗어나 진화하고 있다. 스스로 경기를 조작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고 배당금을 챙긴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불법 베팅업체들이 일부 재정이 빈약한 동유럽 클럽팀을 매입해 직접 승부조작에 나선다는 말까지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스포츠도박 혹은 승부조작 등이 활개를 치는 이상 깨끗한 승부, 감동을 주는 스포츠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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