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도 실력이라 했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의 실수에 박인비(25)가 짜릿한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박인비는 24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C.C 파타야 올드 코스(파72·6469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박인비는 버디 6개, 보기 1개를 기록하며 리더보드 상단을 차지하는 등 우승경쟁을 벌였다. 끝에서 두 번째조로 경기한 박인비는 12언더파를 적어 낸 뒤 챔피언조의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2타 앞선 주타누가른이 마지막 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는 실수를 범해 우승컵은 박인비의 차지가 됐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LPGA 투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우승한 이후 약 4개월 만에 또다시 정상에 올랐고 시즌 첫승과 동시에 통산 4승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주 호주여자오픈 개막전에서 우승한 신지애(25·미래에셋)에 이어 박인비까지 승리하면서 한국 자매들이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박인비는 전반 9개홀에서 4타를 줄여 무섭게 선두 주타누가른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는 10번홀(파5)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공동선두를 만들며 우승 기대를 부풀렸다. 이어 11번 홀에서도 5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숨에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주타누가른의 기세 역시 무서웠다. 12번홀(파3)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며 그림같은 홀인원 만들어낸 것. 단독 선두가 다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어 주타누가른은 13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내 박인비를 무섭게 견제했다.
박인비 역시 막판 스퍼트를 내긴 했지만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박인비는 12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뒤 2타차로 뒤진 상황에서 주타누가른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행운의 여신이 박인비에게 미소 짓기 시작한 것.
우승을 목전에 뒀던 주타누가른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친 두 번째 샷이 벙커 턱에 박혔다. 결국 언플레이어볼을 선언, 1벌타를 받았다. 벙커에서 볼을 드롭한 뒤 마지막 홀을 이어나갔지만 그는 결국 크게 흔들려 트리플보기를 범해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다잡았던 우승컵을 박인비에게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신인왕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은 이날 4타를 줄여 청야니와 함께 공동 3위에 자리했다. 최나연(26·SK텔레콤)은 9언더파 279타로 공동 8위에서 공동 6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고,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은 7언더파 281타로 공동 10위로 마무리하며 한국골프의 저력을 고시했다. 기대를 모았던 아마추어 소녀 리디아 고는 신지애와 나란히 공동 14위(5언더파 283타)에 랭크됐다.
3라운드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우승을 노렸던 맏언니 박세리(36KDB산업은행)는 이날 무려 4타를 잃으며 4언더파 284타 공동 19위로 하락했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24·대만)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무려 9타를 줄이는 선전을 보여 10언더파 278타 공동 3위로 경기를 마감, 이번시즌 부활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