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사회적기업]삼성 희망네트워크 후원 아동센터를 가다

입력 2013-02-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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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그늘 벗고 동심 속으로… 서울·경기 30개소 1800명 후원혜택

▲21일 서울 은평구 신사동 누리사랑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다. 이곳 아동센터에는 50여명의 아이들이 학과 공부 외에도 다양한 놀이 활동과 연극 등의 특별활동을 함께 즐기고 있다. (사진=양지웅 기자)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누리사랑 지역아동센터. 지난 20일 기자가 이곳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가득찬다. 낯선 사람에 대한 궁금증과 경계심도 잠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자 벌써 친구가 된다. 아이들과 어울려 공기놀이도 하고 카드게임도 한다. 한 남자아이는 동행한 사진기자의 카메라가 신기한지 연신 셔터도 눌러본다. 후다닥 뛰어 다니고,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여기서 노는 게 재미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천진난만한 표정의 한 여자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을 내놓는다.

“여기선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잖아요. 책도 많이 읽을 수 있고, 그래서 너무너무 좋아요!”

이곳은 ‘희망네트워크’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지역아동센터다. 희망네트워크는 삼성의 지원 아래 아동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서울·경기지역에서는 30개소의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1800여명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후원한다.

이곳 누리사랑 지역아동센터에는 49명의 아이들이 방과후에 모여서 수업을 듣는다. 요즘은 방학이라 특별한 수업은 없지만, 아이들은 한데 모여서 노는 게 마냥 즐겁다. 지난 19일에는 다 함께 눈썰매장도 다녀왔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진영 사회복지사는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집안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 적어도 1년에 한번은 놀이동산이나 눈썰매장을 간다”고 말한다.‘왜 벌써 집에 가냐’며 투정하는 아이들 탓에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즐겁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무래도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다소 어두울 것 같다는 편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진영 사회복지사는 “한쪽 부모에 경제 사정이 어려운 집안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어둡고 우울할 것 같지만, 사실 깊숙한 면까지 들여다 보면 굉장히 밝다. 그만 좀 하라고 말려야 할 정도로 너무나 밝은 아이들이다”고 말했다.

배려심이 깊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아이들이 다소 장애가 있는 아이조차도 전혀 배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하다 생각하니까 더 잘 챙겨준다”고 했다.

아동센터에 온 후 몰라보게 달라진 아이들도 많다. 미진(10·가명)이는 2011년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가나다라’도 모르던 아이였다. 아동센터 선생님들은 매일 미진이를 붙잡고 한글 공부를 시켰다. 지금 미진이는 누리사랑 지역아동센터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친구가 됐다. 이날도 미진이는 “쌤(선생님), 다른 책 없어요?”를 외치며 책 읽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수업 중에는 희망철학교실과 희망재능교실이 인기 만점이다. 삼성이 후원하면서 수업의 질도 높아졌다. 철학수업은 유명 대학교수들이 진행하고, 재능교실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가르친다.

철학수업 시간에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다소 어눌한 아이의 말도 끝까지 들어준다. 소외된 아이라도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다른 지역아동센터 얘기지만, 철학수업으로 왕따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도 있다. 평소 무슨 말을 하든 다른 아이들은 영진(가명)이의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철학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영진이의 의견을 가치 있게 말해주자, 다른 아이들이 영진이를 새롭게 본 것이다.

희망재능교실은 문화·예술 경험에서 소외돼 있는 아동을 위한 수업이다. 국악, 미술, 연극, 음악 중에 1개 장르를 선택해서 배울 수 있다. 누리사랑 지역아동센터에는 5~6학년을 대상으로 연극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근처 은현교회에서 1년 동안 준비한 연극을 선보이는 발표회도 했다.

희망 네트워크의 김자옥 팀장은 “근처의 다른 아동센터 아이들은 밴드 공연을 하기 위해 며칠 전 제주도에 갔다”며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며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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