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사이에 디스플레이 대타협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와의 특허공유에 더 적극적인 분위기다.
김기남 사장은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LG와의 특허공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 중국, 대만의 경우 정부까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끼리 소모적인 싸움을 하기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겠냐”며 “전체 특허에 대한 크로스라이선스(특허공유)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돼야 소모적이지 않고 양사가 경쟁해서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대타협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면, 전체 특허를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보인 적이 없다.
실제로 김기남 사장은 전체 특허공유에 대한 한 사장의 반응에 대해서 “지난 오찬 때 해당 부분에 대해 내가 제안을 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반응은 없다”며 “LG디스플레이에서도 검토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특허 공유에 더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한 힌트는 차세대 OLED TV에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화에 적합한 화이트OLED 기술을 채택해 먼저 OLED TV 패널 양산에 성공했다.
반면 삼성은 RGB 방식으로 OLED TV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RGB 방식 OLED 패널은 생산수율이 좋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TV의 색을 구현하는 기술적인 문제 해결도 늦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삼성 OLED TV의 양산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의는 LG의 화이트OLED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김기남 사장은 이날 화이트OLED 방식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기술에 대해서는 범위나 종류에 상관없이 최종적으로 소비자한테 이득을 줄 수 있다면 모두 다 검토한다”며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문제는 LG에서 화이트OLED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LG는 지난 2010년 이스트먼코닥의 OLED 사업을 인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GOTL(글로벌OLED테크놀로지)’이라는 특허관리 회사를 설립했다. GOTL은 화이트OLED 기술의 원천특허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으며 LG전자와 디스플레이가 각각 33.73%, 화학이 1.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삼성이 화이트OLED 방식의 OLED TV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선 LG와의 전체 특허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김기남 사장이 디스플레이협회장 차원에서 건설적인 방향을 얘기하며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 뿐이다. LG의 화이트OLED 기술 특허가 필요해서 전체 특허 공유를 얘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