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규제 대못 뽑아라]분양가상한제 없앤다더니…법안상정 불발

입력 2013-02-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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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시장원리 역행 폐지해야" vs 시민단체 "집값거품 부추겨 존속해야"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여야의 의견차로 인해 27일 열린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사진은 한 분양 아파트의 견본주택 모습.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결국 여·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국회 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안건이 통과될 기미를 보이자 야당 등은 강력하게 반발해 안건 상정을 무산시켰고, 촉각을 곤두세우던 건설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27일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9월 정부가 제출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결국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당초 분양가 상한제 폐지 안건은 이날 소위를 통과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철폐 문제는 여야 간 합의가 거의 이뤄졌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폐지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야당과 합의를 봤다는 이 원내대표의 말과는 달리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예상보다 거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소위에서 상정이 무산된 데다 의사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여서 상한제 폐지가 이번 회기에 처리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분양가 상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보금자리주택, 보금자리주택 지구에서 공급되는 주택, 주택가격 급등 우려지역의 주택에 한해서만 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토록 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초에도 의원 입법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 간 입장 차이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지난 2011년 3.22대책, 지난해 5.10 대책 등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 폐지안을 마련했지만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집값이 여전히 높은 만큼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번번이 통과가 좌절됐다.

◇ 분양가 상한제, 뭐가 문제길래? =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주택 분양가에 대한 최고가격을 정한 후 그 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참여정부는 치솟는 집값과 투기를 잡기 위해 2005년 공공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했고, 2007년에는 민간택지로 확대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는 민간 건설업체의 수익률을 하락시킴으로써 주택공급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택공급량 감소는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돼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화 목표와는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건설사가 낮게 책정된 분양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품질의 생산 자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혀 왔다. 즉 분양가 상한제가 부실 시공을 초래할 수 있고, 추가적인 수리·보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인하하도록 강요함으로써 다양한 품질의 주택을 다양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울러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가격 안정화라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분양가를 통제해 신규주택 분양가가 주변의 주택보다 싸게 공급되더라도 입주 시점에는 차익에 대한 프리미엄이 발생해 주변의 가격 수준으로 상승함에 따라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주택을 넘어 민간주택의 가격까지 통제하도록 한 것은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것으로서 진작에 폐지가 됐어야 옳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이번 분양가 상한제 상정 무산에 대해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탄력 운용안만으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굳이 상한제를 유지할 이유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내수부진으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만으로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등 거래를 막는 법안도 함께 폐지돼야 조금이나마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의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다양한 주택 공급을 어렵게 한다”며 “반드시 폐지돼야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 야당 반대 거세 오리무중 = 정부와 업계 모두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도 법안 통과를 두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소위가 진행 중이던 지난 27일 오전 민주통합당 이미경·김관영·문병호·박수현 의원과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결정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이미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택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의 원인은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라 서민이 부담할 수 있는 선을 넘은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에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27일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토건업계 특혜 정책인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며 “현재의 거래 침체는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라 집값 거품으로 인한 결과이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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