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남서쪽 이블린 지역에 자리한 르노 테크노센터. 글로벌 르노의 연구개발(R&D) 핵심기지인 이곳은 커다란 공원을 연상케한다. 자동차 연구소라는 딱딱한 선입견을 성큼 밀어내고 한국 기자단을 맞은 이곳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이 ‘보안’으로 감춰져 있었다.
프랑스 르노는 1991년 연구소 건립을 위해 총 10억 유로를 투자했다. 민간 공항이었던 이곳 부지를 사들여 총 42만㎡에 최첨단 연구단지를 세웠다. 글로벌 르노의 위상에 걸맞게 45개국 1만1000여명의 핵심 연구원들이 첨단기술 개발을 위해 밤잠을 아끼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르노삼성에서 파견된 40여명의 연구원도 포함돼 있다. 자동차 연구개발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르노 테크노센터는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뉜다.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아방쉐(진보)’와 미래 디자인을 그려내는 ‘루쉐(화합·교차)가 있다. 루쉐는 연구관련 부서를 종으로 또 횡으로 연결시켰다는 의미다. 3번째 건물 ‘프로토(연구 시제품)’는 양산직전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제작한다.
양산에 필요한 모든 연구는 이곳 프로토가 중심이다. 프로토에서는 한 해 약 250대의 경쟁차가 부숴지고 조립되기를 반복한다. 이른바 티어 다운(Tear Down)이다.
최첨단 기술은 경쟁차를 압도했을 때 가치를 지닌다. 르노는 이를 위해 경쟁차를 꾸준히 뜯어보고 살피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간 ‘티어 다운 250대’는 한국 현대기아차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보안과 관련해서도 철저한 룰이 존재한다. 한국 기자단이 방문했을 때 입구부터 출구까지 칼로 재는 듯한 통제를 받았다. 물론 사진촬영도 금지다. 이처럼 철저한 보안의 벽 뒤에 르노의 핵심기술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소 설립 당시 르노는 신차 개발에 60개월이 걸렸다. 이후 개발 기간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 이제는 30개월이면 차 한 대를 개발할 수 있다. 효율도 몰라보게 달라졌고 첨단 기술도 쏙쏙 튀어나왔다. 개발 기간은 일본 메이커(45개월)를 크게 앞지르는 수준이다.
르노는 오는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2013 제네바 모터쇼에서 캡쳐 양산형을 첫 공개할 예정이다. 글로벌 론칭 시점을 앞두고 있어 사진촬영은 물론 구체적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르노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담당자인 티에르는 “르노는 연간 매출의 6%인 25억 유로(3조8000억원)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