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의 속내… 국민건강 증진? 복지재원 마련?

입력 2013-03-0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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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10년 가까이 2500원이던 담뱃값 인상을 추진키로 했다.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이유지만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당장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흡연율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물가 상승 등 서민 부담과 밀수 담배 증가 등이 우려되고 있다.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6일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지방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담배 소비세를 현재 641원에서 1169원으로 82% 인상하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354원에서 1146원으로 3배 이상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같은날 인사청문회에서 “통계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하면 흡연율이 떨어진다고 하니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특히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지금의 2배 수준인 500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우리나라 담배 가격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하지만 흡연율은 2007년 45.0%에서 2011년에는 47.3%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담배가격을 5000원으로 인상하고 비가격정책을 강화해야 당초 정부가 제시한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의한 2020년까지 성인남자 흡연율 감소 목표치 29%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담배 가격정책이 담배유통 규제 및 금연구역 확대 등 비가격정책과 맞물려 돌아갈 경우 확실히 흡연율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담배 가격을 올린다고 다 금연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연을 결심하는 변화 단계에서 계획 전단계, 또 계획 전단계인 흡연자를 계획 단계나 준비 단계로 옮겨가게 하는 중요한 행동계기가 된다는 견해다.

담배가격을 10% 인상하면 담배 소비는 약 4%, 청소년과 저소득층에서는 8~1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담뱃세 인상으로 정부는 엄청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담뱃값을 5000원으로 인상할 경우 조세수입은 약 3조2500억원 정도 증가하며 김 의원 안대로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담배 관련 지방세 징수금액은 연 4조2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징수금액은 연 1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박근혜 대통령은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등 복지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그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걸림돌이 적지 않다. 따라서 손쉬운 세원 확보 방안을 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회장은 “헝가리의 경우 담배가격을 올렸지만 오히려 밀수 담배가 늘어나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건강증진기금이 담배와 관련성이 없는 부분에 상당 투입돼 기금 운용의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2004년 담뱃값 인상으로 증가된 건강증진부담금의 2% 미만인 300억원 정도가 금연사업에 투입됐으며 대부분이 건강증진과 상관없는 예산 사업에 사용됐다. 이는 담뱃세 인상으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담뱃세 인상이 저소득층에게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므로 이로 인해 마련된 기금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성인과 청소년의 금연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담배 가격이 올라가면 덜 피우려고 노력을 하게 만드는 강한 동기가 되므로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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