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색 박물관 봄 나들이… 아이는 ‘판화’ 찍어보고, 아빠는 몰래 ‘춘화’ 보고

입력 2013-03-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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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번 주말엔 또 어디 가지?”

주말을 앞둔 직장인 남성들의 한숨 섞인 한마디다. 주말은 반갑지만 주말·휴일 나들이(데이트) 코스 선정에는 골머리를 앓는다.

대한민국에서 ‘센스쟁이’ 남편(남친)으로 살아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언제라도 상황에 맞는 ‘맛집’을 찾아내야 하고,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드라이브 코스나 여행지를 머릿속에 입력해둬야 한다. 맛집·여행지 정보에 어두운 남자는 사랑받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렇다고 너무 상심할 필요는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듯 맛집·여행지 정보에 캄캄해도 ‘센스쟁이’ 아빠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숨은 이색 박물관만 잘 활용하면 된다. 요즘 같은 어정쩡한 봄날에는 박물관이 나이들(데이트) 코스로서 안성맞춤이다.

가장 먼저 찾아갈 곳은 강원 영월이다. 영월하면 동강래프팅과 같은 다이내믹한 레포츠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영월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의 고장’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박물관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지금은 20여개가 옹기종기 진영을 갖췄다. 박물관투어를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이곳을 대표하는 박물관은 조선민화박물관이다. 조선시대 민화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현대 민화 100여점을 비롯해 300여 작품을 상설 전시 중이다. 특히 박물관에서는 민화를 목판에 그리거나 판화를 찍어볼 수도 있다. 2층에는 어른들만 출입이 가능한 ‘춘화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이외에도 영월에는 인도미술박물관,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등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박물관 관람 후에는 영월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유적을 둘러보면 명품여행이 따로 없다.

다음으로 찾아갈 곳은 경북 포항이다. 이곳에는 도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박물관이 있다. 로봇박물관 ‘로보라이프뮤지엄’이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1층에 자리한 이곳은 로봇을 활용한 주거생활과 미래 로봇 환경을 구현했다. 규모는 크지는 않지만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조작해볼 수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로보라이프뮤지엄 관람 후 환호공원과 북부해수욕장의 야경을 즐기면 당일 여행코스로 손색이 없다.

경기 이천에는 돼지박물관이 있다.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픈한 돼지박물관으로 돼지를 소재로 한 그림과 조형물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또 미니 돼지들의 묘기 관람, 소시지 만들기 체험, 아기돼지와 기념촬영 등 어른과 아이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많다.

이번에는 충북 진천으로 가보자. 이곳에는 종박물관이 있다.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한국 범종을 집대성해 연구·수집·보존·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종 전문 박물관이다. 2층 규모의 박물관은 외관부터 한국 종을 빼닮았다. 항아리를 뒤집어놓은 듯한 유리 구조물은 종의 기본 형태를, 그 오른쪽으로 음파가 퍼져 나가는 듯한 굴곡은 맥놀이를 형상화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밀랍 주조 공법으로 복원·복제한 문화재급 고대 범종이 즐비하다.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대 범종인 상원사 동종 등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한국의 종은 물론 앙증맞고 귀여운 전 세계의 독특한 종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찾아갈 곳은 전남 순천의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다. 고(故) 한창기 선생이 평생 수집한 문화유산을 전시한 공간으로 우리 문화와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고 한창기 선생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을 창간해 한국 잡지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한글과 전통문화를 온전히 지키고 전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순천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생태도시다. 따라서 순천여행에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화포해변의 장엄한 해돋이와 와온해변의 아름다운 해넘이를 더하면 순천 여행의 감흥은 더욱 깊어진다.

또 주말이 다가왔다. 겨울에는 눈꽃여행, 봄에는 봄꽃여행이 제격이다. 그러나 3월 초에는 봄꽃여행을 즐기기에 아직 이르다. 어정쩡한 계절에는 여행지(나들이·데이트코스)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직까지 나들이 준비를 못했다면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날 수 있는 박물관투어에 도전해보자. ‘센스쟁이’ 애인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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