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높은 기온과 강한 바람을 보인 3월 둘째주 주말 포항·울산 등 전국 26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휴일 이틀동안 산불로 30여명이 숨지거나 다치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임야 110ha가 잿더미로 변했다.
10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과 상북면 일원에서 대형 산불이 났다.
화재 발생 17시간만인 10일 오후 2시께 큰 불길은 잡혔으며, 오후 6시 현재 잔불 정리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불로 주민 김모(45·여)씨 등 3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다쳤고, 건물 23채와 산림 50ha가 불에 탔다.
개와 닭 등 가축 수백마리가 죽었으며, 마을 주민 1천890여명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울산시는 헬기 11대와 인력 4천300여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건조한 날씨로 불길이 번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4시께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탑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10일 오전 8시30분께 진화됐다. 20시간30분만이다.
이 불로 포항시 북구 우현동 한 주택에서 안모(79)씨가 숨졌고 14명이 부상했다.
주택 53가구와 산림 5ha가 불에 탔으며 주민 100여명이 인근 경로당과 학교로 대피했다.
비슷한 시각 경북 봉화군 재산면 현동리 노장골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이튿날 오전 10시10분께 진화됐다.
이 불로 임야 15ha가 탔으며 갈산리 주민 14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또 공주시 우성면 한천리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나 15시간 만인 이날 오전 7시께 꺼졌다.
불은 소나무 등 임야 5ha를 태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날 오전 11시53분께 제주시 월평동 첨단과학단지 동남쪽 목장에서 불이 나 야초지와 공동묘지 일부 등 모두 8ha가 타는 등 이틀동안 전국 26곳에서 산림 110여㏊가 소실됐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도 이어졌다.
9일 오후 3시께 전북 남원에서는 야영면 의지리 들녘에서 잡풀을 태우던 양모(80)씨와 아내 김모(78)씨가 숨졌다.
경찰은 이들이 농사철을 앞두고 밭두렁에서 잡풀을 태우던 중 강풍에 불이 번지자 이를 진화하려다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오전 10시57분에는 충남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던 박모(79·여)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이밖에 광주, 경남 거창, 충남 금산·보령 등에서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로 인한 산불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