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으로 산다는 것은]조직개편ㆍ지점통폐합은 시작일뿐…

입력 2013-03-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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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감원 광풍…계약직 중심으로 직원 감축 확산

증권업계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지점 통폐합, 비용절감 등의 효율성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되레 악화됨에 따라 ‘더 센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월 말부터 대대적인 ‘감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KDB대우증권이 올해 처음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소형사 및 리서치센터 등의 대규모 인력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1년 새 1300여명 ↓…실적악화·지점수 감소 ‘감원 광풍’=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대체적으로 조직개편→영업지점 통폐합→인력감원의 세 단계를 거친다. 지난해 지점 통폐합이 진행된 만큼 올해는 인력 감원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이미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증권사 임직원이 1년 만에 1200명 이상 급감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증권사 임직원은 4만2802명으로 2011년 말(4만4055명)보다 1253명 줄었다. 증권사 임직원이 연말 기준으로 줄어든 것은 2005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증권사 임직원은 2004년 말 3만1049명에서 2005년 말 3만167명으로 감소한 이후 상승 반전해 2006년 말 3만2000명, 2007년 말 3만7147명, 2008년 말 4만237명, 2009년 말 4만1326명, 2010년 말 4만2935명, 2011년 말 4만4055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고용 상태가 불안한 계약직이 퇴출 1순위로 집계됐다. 계약직 직원은 2011년 말 8112명에서 지난해 말 7399명으로 1년 사이 713명(8.8%) 줄었고, 정규직 직원은 3만4338명에서 3만3774명으로 564명(1.6%) 감소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증시침체로 증권사들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작년 유가증권시장의 주식거래액은 1196조원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증권사들의 여러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별 기준 3월 결산법인 증권사 22곳의 3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5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4% 감소했고, 순이익은 4336억원으로 56.5% 줄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지속 등 불확실성 장기화로 인해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거래대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수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아 구조조정의 수위는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증권사 지점 수는 1년 만에 100개 가까이 줄어 지점 통폐합으로 보직 수가 감소하면서 기존 직원들은 퇴사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작년부터 이어져온 지점 통폐합은 올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곳의 지점을 축소한 대신증권은 3월 20여개 지점의 통폐합을 진행했으며, 동부증권도 작년 연말 51개에서 올해 들어 4곳을 축소해 현재 46개를 운영 중이다.

◇KDB대우증권 희망퇴직 단행… 중소형사 중심 구조조정 본격화 = 전문가들은 2012년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가 끝나는 3월 중순부터 ‘인력감원 광풍’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가 구조 조정설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지난 1월 말 ‘자기자본 1위’, ‘당기순이익 1위’인 KDB대우증권이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올해 증권사의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리서치 조직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여 감원 태풍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DB대우증권은 지난 1월 28일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2010년 말 이후 2년여 만이다. 대상은 근속기간 5년 이상인 정규직 중 7년차 이상 과장·차장과 1년차 이상 부장급 직원이다. 퇴직 대상자로 선정된 직원에게는 근속기간 등에 따라 15~30개월치 월급이 특별지원금으로 지급된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은 인력 구조조정과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인위적 구조조정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증권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치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과거 2002~2005년 수익 감소기에 증권산업 종사자는 약 21% 줄었다”며 “거래 대금이나 업황이 빠른 시간 내에 반등하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약 10~20%의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되거나 이에 상당하는 비용 감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작년 10~12월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2 회계연도가 끝나는 3월께 다수 증권사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인력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이 희망, 명예퇴직 등 인력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좋지 않은 증권사는 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이트레이드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애플투자증권, 한맥투자증권 등 9개 증권사가 매물로 나와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대형 증권사가 지점 축소에 이어 인력 감축까지 나선 상황에서 특화되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살길이 더 막막해 M&A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대규모 인력 감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초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최근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사표를 제출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10년 말 1573명에서 지난달 현재 1478명으로 95명(6.0%) 줄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면서 전체적으로 임직원 구조조정이 지속됐고, 애널리스트들의 자리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며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 이상 올해 애널리스트 인력 구조조정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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