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차기 총재 내정자가 아베 신조 총리와 더불어 일본 경제의 부활을 이끌지 주목된다.
구로다는 오는 19일(현지시간) BOJ 총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인 구로다를 차기 BOJ 총재로 지명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구로다는 우선 아베 총리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는 오래 전부터 BOJ가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해왔으며 최근 수주간 여러 차례의 인터뷰에서 BOJ 총재에 오르면 자산매입을 확대하는 등 인플레이션 목표치 2% 달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아베 신조 총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처럼 경기침체와 맞서 싸울 투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현 BOJ 총재는 매파적인 입장이어서 경기부양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아베 총리와 대립해왔다.
구로다 차기 총재가 영어에 능통한 국제통인 것도 아베 총리가 그를 낙점한 주 이유다.
구로다는 옛 대장성(현 재무성)의 국제금융국장과 국제금융 담당 재무관 등을 거쳤으며 2005년 이후 ADB 총재를 이끌어왔다. 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최근 엔저 추세로 일본이 글로벌 환율전쟁을 다시 촉발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입장을 해외에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셈이다.
일본 경제는 올 들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는 연율 0.2%를 기록해 3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지난 1월 경상수지 적자는 3684억 엔(약 4조1700억원)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적자폭은 전문가 예상치인 6115억 엔을 크게 밑돌았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8일 전일보다 2.6% 급등한 1만2283.62로 마감하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쇼크’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달러·엔 환율은 8일 뉴욕외환시장에서 96.00엔으로 지난 2009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회복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구로다 차기 BOJ의 행동이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겠다는 다짐이 말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다음달 구로다가 총재에 올라선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례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한 무기한 양적완화를 앞당겨 실시하는 등의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구로다 총재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것이라고 시장은 내다봤다.
모건스탠리MUFG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스 등 일본 국채를 매입하는 프라이머리 딜러들은 구로다 차기 총재가 약 1조3000억 달러 정도인 BOJ 자체 설정 일본 국채 보유 제한을 폐기하는 등 적극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과거 BOJ 이사회 멤버였던 미즈로 아츠시 크레디트스위스(CS) 부회장은 “구로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면서 “자산매입 확대로 BOJ에 시장이 너무 의존하게 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일본 국채 버블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