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률구조공단 서울지부 사무실에서는 지난 1월 퇴임한 이강국(68) 전 헌법재판소장이 자원봉사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6년 전 헌재소장 인사청문회 때 “퇴임 후 무료상담을 하면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전 소장은 오전 10시 첫 상담자를 맞았다. 재개발 아파트 분양계약을 파기하는 바람에 계약금 일부를 손해본 한모(70)씨에게 법률 조언을 시작했다.
한씨는 조합 측 광고를 보고 덜컥 계약했다가 광고 내용이 사실과 달라 계약을 깼더니 계약금 중 1000만원을 조합이 사업추진비 명목으로 가져갔다고 하소연했다.
이 전 소장은 한씨에게 “직접 서명날인한 신청서 때문에 재판을 하더라도 돈을 돌려받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민사소송 이외에 다른 구제 방법을 택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공단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면서 다른 공직이나 로펌에는 갈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부산에서는 청빈 법관으로 알려진 조무제 전 대법관(72. 사진)이 월급을 쪼개 모교 후배를 도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 전 대법관 주변에서는 그의 꾸준한 기부에 “역시 조무제”라는 반응 일색이다.
조 전 대법관은 34년간의 법조인 생활을 마치고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2004년 모교인 부산 동아대 강단에 섰다. 거액의 보수가 보장되는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고 후학 양성을 선택한 것이다.
이 학교 법학과 61학번인 조 전 대법관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월급을 많아 받진 못했지만 2009년부터 최근까지 급여의 50만원을 매달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조 전 대법관이 매달 내는 돈 외에도 목돈이 생기면 후배를 위해 써달라며 남몰래 기부했는데, 대학측은 그가 내놓은 금액이 811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 전 대법관의 청빈한 삶은 항상 화제를 몰고 왔다.
1993년 공직자 첫 재산공개 때 82㎡형 아파트 한 채와 부친 명의 예금 등 6434만원을 신고했다. 신고 대상 고위법관 103명 중 꼴찌였다. 1998년 대법관이 된 이후에도 전재산 7200여만원을 신고했다.
또한 그는 대법관 시절 전세보증금 2000만원짜리 원룸에 거주했고, 2009년 4월부터 부산지법 민원조정센터장으로 일할 때도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점심은 센터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등 청빈한 삶을 고집하고 있다.
대학 측은 조 전 대법관이 낸 돈을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