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엘비라 나비울리나 경제 수석보좌관을 차기 러시아중앙은행 총재로 지명했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나비울리나 경제수석은 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주요 8국(G8)중 최초로 여성 중앙은행 총재가 되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오는 6월 은퇴 예정인 세르게이 이그나티예프 현 총재의 뒤를 잇게 된다.
이번 인사는 경기부양책 확대를 원하는 푸틴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이그나티예프 현 총재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중시하는 매파적 입장이어서 푸틴 정부와 대립해왔다.
푸틴은 최근 “실질 금리가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고르 슈발로프 수석 부총리도 지난 1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꺼리고 있어 정부 내 큰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팀 맥카시 발라르티스은행 자산운용 부문 대표는 “나비울리나는 푸틴 대통령과 경향이 매우 일치하고 있다”면서 “푸틴은 통화정책 완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나비울리나도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4%로 전년의 4.3%에서 하락하고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서 나비올리나가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데 장애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7.3% 올라 18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나비울리나는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장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나비울리나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은 지난해 5월 대통령에 다시 오르면서 나비울리나를 경제수석으로 꼽았다.
모건스탠리의 야콥 넬 러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 내부 인사가 아니라 나비울리나를 지명한 것이 통화정책의 변화를 시사할 수 있지만 아직 어디로 갈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 “나비올리나는 훌륭한 경제학자이며 주변의 의견을 잘 경청한다”고 말했다.
나비울리나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