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세태공감] 프로포폴, 성폭행 그리고 연예인

입력 2013-03-15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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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으로서 물의를 빚은 점 사과드립니다” 종종 별로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공인으로서…”라고 의례적인 사과 멘트를 하는 연예인들을 본다. 공인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예인은 유명인이다. 다양한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예인에 대해 상당수 사람들은 사회 규범적 모델로서의 역할을 요구한다. 연예인에 대한 선호나 선망도가 지금과 같이 절대적일 때 사회 규범적 모델로서 역할은 더욱 강조된다. 그들이 입고 나오는 옷이나 헤어스타일만 유행이 되는 게 아니라 자살, 범죄 등이 일반에 미치는 영향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예인들의 자살이 보통 사람들의 자살보다 심각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은 도덕 불감증에라도 걸린 듯하다. 성추행, 성폭행이 횡행하면서 연예인 최초 전자발찌 부착이 검토되고 있으며, ‘성폭행이다 아니다’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는 지극히 사적인 남녀의 침대 위 행위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이미 2년 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프로포폴을 100차례가 넘는 횟수를 투약하면서도 여전히 미용 목적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여배우들은 괘씸하기까지 하다. 요즘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음주운전 한 번으로 수 년 동안 연예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자숙해야 했던 1990년대 말과 2000년 대 초반 연예인들이 오히려 안쓰럽게 느껴진다.

또한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내포하고 있는 은밀한 정서가 일반 대중들 사이에 교묘하게 스며들 가능성이 우려된다. 성추행 사건에서 ‘로리타’라는 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성폭행 공방을 통한 폭로전을 통해 성적 행위의 방법이 암암리에 퍼져나간다. 또한 여배우들의 프로포폴 사건은 카복시, 보톡스 등 미용 시술에 대한 여성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이미 성형 공화국이 돼 버린 대한민국에 미용 시술 바람을 솔솔 불어 넣을 게 분명하다. 사건의 본질을 떠나 그 과정에서 알려지는 내용들이 일반 대중 사이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면서 불건전한 정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한 여성잡지 섹스칼럼리스트는 여자 스타들의 섹스비디오 유출이 일반의 정서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설명한 바 있다. 그는 “1998년 A양 비디오가 유출되면서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오럴섹스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A양 비디오를 통해 오럴섹스가 급격히 일반화됐다. ‘연예인도 하는데 나도…’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것이 연예인이 일반에 미치는 영향력”이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사건의 본질과 다른 의도의 정서가 대중들 사이에 스며드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에 연예인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이 엄격 할 수 밖에 없다.

“유흥업소에 안 간다. 2006년 이후로는 한 번도 안 갔다. 왜냐면 4만5000원 씩 아이들 후원을 하고 있다. 그 돈이면 쓰레기더미 안에 있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 눈에 파리가 알을 낳아도 쫓을 힘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를 살리면 그 아이가 변해서 사회를 살린다. 내가 번 돈이 이렇게 소중한 일에 쓰인단 걸 목격을 했기 때문에 큰돈을 그렇게 쓸 수 없게 됐다”차인표의 말이다. 이 말의 의미는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받은 사랑이 처음부터 자기 것인 냥 누릴 줄만 아는 일부 연예인들에게 묻고 싶다.

“대중의 사랑은 차인표 씨만 받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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