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보고서를 놓고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이사회간의 내홍이 재연됐다. 지난해 12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놓고 벌였던 경영진과 이사회간 갈등이 재점화한 양상이다.
오는 22일 KB금융 주총을 앞두고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 등 사외이사 3인의 선임을 반대한다는 보고서 내용이 화근이 됐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의 후폭풍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KB금융과 금융권에 따르면 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이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으로 KB금융의 리더십과 독립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정부 측 사외이사의 재선임 반대를 기관투자자에 권고했다.
보고서는 일부 사외이사들의 친정부적 성향으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훼손됐다며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씨의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타당성을 제시했다.
문제는 ISS 보고서가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게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는데 있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66%가 넘는다. KB금융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8.58%)도 이 보고서를 참고한다. 때문에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14일 서울 명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ISS에서 발표한 보고 내용 일부가 왜곡·과장됐다”며 신속하게 정정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결의했다. 이 보고서가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KB금융도 “이런 왜곡된 보고서가 나오게 된 경위를 조사해 필요한 경우 후속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면서 이사회와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하지만 ISS로부터 지목된 당사자 뿐 아니라 이사진들은 보고서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을 사외이사 반대의 근거로 특정한 점을 들어 현 경영진이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ISS보고서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당분간 KB금융지주 이사회는 후보로 지목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사외이사로 이사회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