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법원경매에 나온 용산구 이촌동 소재 아파트의 평균 채권액이 16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액이란 해당 물건에 설정된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의 권리가액과 세입자 임차보증금의 합계액을 말한다.
15일 부동산경매정보사이트 부동산태인이 올해 경매장에 나온 이촌동 소재 아파트 물건 14개(중복 제외)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 1채당 평균 채권액은 15억9302만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당 평균 감정가는 10억6964만원으로 채권액 대비 67% 수준에 그쳤다.
즉, 이 물건이 유찰 없이 바로 낙찰된다고 가정해도 소유주가 추가로 갚아야 할 빚이 평균 5억원 이상 남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14일 오후 기준, 이 지역 아파트 경매진행 상황을 보면 최저가가 총 채권액보다 높은 케이스는 단 1건에 불과했고, 절반이 넘는 9개 물건은 채권총액이 아닌 경매청구액보다도 최저가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개발 사업이 디폴트 선언으로 부도 위기에 처해 있어 신건낙찰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아파트 소유자들의 채무상환 부담은 물론 금융권을 비롯한 이 지역 아파트 채권자들의 미회수 채권도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낙찰된 이 지역 아파트(28개) 평균 낙찰가는 8억7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낙찰된 아파트들이 보유했던 평균 채권액인 15억7887만원의 50.71%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올해 낙찰된 아파트(6개)의 평균 낙찰가는 지난해보다 13.49%(1억801만원) 감소한 6억9274만원, 평균 채권액은 지난해보다 34.12%(5억3867만원) 늘어난 21억1754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채권액 대비 낙찰가 비율도 32.71%를 기록, 전년 대비 18%p 감소했다.
이는 아파트가 경매로 나와 매각된 경우 지난해에는 총 채권액의 절반을 갚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낙찰이 되더라도 총 채권액의 3분의 1도 못 갚는 상황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2008년 이후 경매장에 나와 낙찰된 이 지역 아파트는 모두 108건. 평균 채권액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줄곧 15~19억원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같은 기간 평균 낙찰가는 7~9억원 범위를 오르내렸다.
그러나 평균 채권액이 20억원을 넘는 가운데 평균 낙찰가가 7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최근 5년 내 올해가 처음이다. 단순히 금액으로만 따져봐도 올해 낙찰된 아파트 소유주가 추가로 변제해야 할 채권액은 평균 14억2480만원으로 산출됐는데 이는 지난해(7억7812만원)의 2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이촌동 소재 아파트는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던 만큼 내림세도 급격한 흐름을 보이는 추세”라며 “용산개발 사업에 대한 가시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내림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발사업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가격이 계속 빠지는 지금이야말로 경매로 낙찰받기에 좋은 여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