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행복하지 않은 국민행복기금 - 김덕헌 금융부장

입력 2013-03-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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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다중채무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자 일부 원금을 탕감해 주는 ‘국민행복기금’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선 당시 공약한 만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빚에 허덕이던 금융권 채무자들은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듯 행복기금의 혜택 볼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상당수 채무자들은 관련 기관과 금융회사에 전화를 걸어 시행 시기와 지원 대상을 알아보기 바쁘다.

상황이 이러니, 금융회사의 대출금 회수가 잘 될 리 없다. 금융권 연체율은 매달 상승하고 있다.

대출금을 상환하려 하기보다 ‘원금 탕감’ 소리에 혜택을 받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빚 독촉에 고통받아 온 다중채무자라면 당연한 보상 심리일 수 있다. 일정부분 이해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행복기금은 만들어 져서는 안 될 정책이었다. 정부가 빚에 고통받는 서민과 가계부채 문제를 모른 체 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개인파산, 개인회생과 같은 공적(公的)채무조정제도와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 캠코의 채무재조정 등 사적(私的)채무조정제도로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들은 채무 범위와 연체기간 등에 따라 지원 대상자를 구분해 놓고 있어 개인의 채무 상태에 따라 적합한 제도를 선택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채무자가 개인재산과 능력으로 채무 변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법원에 개인 파산을 신청하면 그 채무는 전액 면책을 받을 수 있다. 지난 5년간 44만5000명이 개인파산을 통해 면책받았다.

10억원 이하 담보채무, 5억원 이하 무담보 채무자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 5년간 성실히 빚을 갚으면 5년 뒤 남는 원금 전액에 대해 탕감을 받을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은 채무 5억원 이하, 연체 3개월 이상 채무자가 신청할 경우 최대 원금의 50%까지 탕감을 받을 수 있다. 또 5억원 이하, 연체 3개월 이하 채무자가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연체이자를 할인해 준다.

5000만원 이하, 연체 3개월 이상 채무자는 캠코의 신용회복기금 채무재조정을 신청하면 연체이자와 최고 30%까지 원금이 탕감된다.

이처럼 기존의 다양한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행복기금을 신설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출범 이전 부터 도덕적 해이 우려를 낳고 있는 국민행복기금은 향후 추진과정에서 지원 대상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와 기금조성 방식, 연체채권 할인율 등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이를 의식한 듯 기금 운용 방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금 설립이 늦어져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나타나자 지난 12일 급히 지원대상을 2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연체자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은행, 보험, 저축은행, 카드 등 금융권 이외에 대부업체 연체채권까지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금융당국은 아직도 지원 기준과 대상 규모, 연체채권 규모조차 파악 못 하고 있다. 채무자의 최대 관심사인 원금 탕감비율이 어느 정도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개별 신청만을 받겠다고 하더니, 이틀 뒤 기금 혜택 사실을 모르는 금융 소외자를 빠뜨리지 않고 구제하기 위해 일괄매입 방식도 병행하겠다고 서둘러 말을 바꿨다.

또 다음날에는 개별 신청을 할 경우 자활 의지가 있다고 판단, 10% 원금 탕감을 더 해주겠다며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을 43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어렵지만 꼬박꼬박 원리금을 상환해 온 연체 없는 저소득층 106만가구와 신용이 낮아 대출을 받지 못한 200만 가구와의 형평성 논란도 문제다.

저소득층의 빚 부담을 경감시켜 주겠다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문제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국민행복기금이 국민의 환심을 사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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