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낯선 이와 눈빛 마주치기 - 이혜진 쌍용차 수출기획팀 사원

입력 2013-03-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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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30분. 북적대는 출근이 한창인 지하철 2호선. 주변은 무서울 만큼 조용하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자기만의 세상 속에 빠져 있다. 무척이나 바쁜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이 널리 퍼지면서 한때 경쟁적으로 집어들던 지하철 ‘무가지’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 그 뒤로 하나같이 손바닥에 스마트폰을 얹어놓고 바쁘게 엄지손가락을 휘젓고 있다. 하나같이 음악과 영화, 미드, 일드, 게임, 트위터, 페이스북에 빠져들기도 한다.

누군가는 앞에 선 사람의 어깨에 스마트폰을 살포시 올려놓고 몰래 영화를 즐긴다. 또 누군가는 한올 한올 공들여 마스카라를 하늘로 올리고 있다. 또 누군가는 모자랐던 새벽잠을 부지런히 채우고 있다.

이쪽에는 어제의 풀리지 않은 숙취를 잔뜩 짊어지고 탄 사람. 저쪽에는 명품백이 망가질까 두려워 가방으로 가슴을 웅크린 채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는 이도 있다.

모두들 끔찍하거나 때로는 지루한 이 상황 속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다. 그러다 설령 다른 영역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게 어느 쪽이든 그저 고개를 돌려버리고 산다.

우리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눈을 보지 않고 살고 있다.

문득 사람이 사람의 눈을 보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생각해 본다. 요즘 세상은 재치있고 빠르다. 때문에 자기가 불편한 것은 차단해버리면 그만이다. 그 속에서 발을 밟아 미안하다는 사람, 편의점 점원, 엘리베이터에서 스치는 사람 모두를 무시하며 살아왔다.

지금 나는 재미있으니까. 지금 나는 바쁘니까라는 게 이유였다. 거기에는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감정 따위가 끼여들 틈은 없다.

이러는 동안 진짜 내가 속한 세상은 어디로 가버리는 걸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만 정작 시간이 지날수록 고립되고 있다.

눈만 뜨면 차고 넘치며, 우리 주변을 감싸는 게 이른바 ‘소통’이다. 최근에 인기있는 강연이나 책 등에서도 우리는 쉽게 ‘소통’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다. 평소 알고 지내지만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운 이들과 소통을 위해 트위터도 시작한다. 소통을 꼭 책으로 읽어야만 진짜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된 셈이다.

우리는 모자라는 소통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때문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다른 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듣기도 한다. 그러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 전 우리의 소통 능력을 먼저 믿었으면 좋겠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딱딱한 매뉴얼을 가지고 소통하자는 것이 아니다. 긴장하며 숙제하듯 누군가를 만나자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저 앞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부터 시작하자. 한발 한발 연습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낯선 눈빛과 마주쳐도 어색해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먼저 따스하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제 봄이니까, 무엇을 해도 잘될 것 같다.

물론, 나는 내일도 출근길 지하철에서 좀비같이 불안한 눈빛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오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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