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갈림길에 선 용산개발사업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2013-03-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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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용산개발사업)이 결국 디폴트에 빠졌다. 용산개발사업이 이처럼 사실상 무산된 근본 이유는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용산개발사업이 처음 계획된 2006년과 사업자가 선정된 2007년은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절정에 이른 때였다. 부동산 활황기 때의 ‘장밋빛 전망’에 근거해 수립된 사업계획이 부동산 장기 침체가 명확해진 시점에 통할 리 없다.

특히 용산개발사업 총 매출 가운데 오피스 분양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데 서울지역 오피스 시장은 이미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다. 서울지역에서는 이미 완공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를 비롯해 제2롯데월드타워와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 초고층 빌딩과 오피스 빌딩들이 잇따라 건설되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지역에 계획된 오피스빌딩 공급물량은 용산개발사업을 제외해도 매년 63빌딩 8개가 건설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공급 과잉 압력은 더욱 심각해지게 돼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개발사업에서 쏟아지는 오피스 물량이 시장에서 제대로 분양되기 어려웠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면 사업비를 건질 수 없어 적자가 나는 상황이었다. 어떤 식이든 적자가 날 공산이 매우 컸다. 이러다 보니 이미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컨소시엄 대표사인 삼성물산이 뒤로 물러났고, 나머지 투자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빠져나갈 궁리만 세웠다. 용산개발사업 추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총 예상 공사비 31조원 가운데 23조원을 추가로 더 조달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초 용산개발사업은 철도공사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되고 추진됐다. 그러나 초기 계획 단계에서 3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철도공사의 토지매각 대금이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8조원으로 두 배 이상 올라갔다. 또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서부이촌동 일대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과욕으로 사업에 포함되면서 3조원 규모의 추가 보상금이 더해졌다. 이들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사업 진행은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부동산 활황기의 환상에 사로잡힌 국토해양부와 개발공기업, 서울시와 민간 업체들의 탐욕이 뒤얽힌 용산개발사업이 정상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 용산개발사업의 좌초는 부동산 불패라는 ‘거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 못 차리고 거대한 환상의 신기루를 쫓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나 서울시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나 서울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으면 사업이 이렇게 좌초될 리 없다. 철도공사가 주요 주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대 수익과 위험을 근거로 진행되는 PF사업에 정부나 지자체가 구원등판(?)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선다고 해서 없던 사업성이 생겨날 리 없고, 사업성이 없는 사업을 억지로 되게 하려면 세금 등 공공재원이 무리하게 투입될 수밖에 없다. 민간의 손실을 정부와 지자체가 떠맡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용산개발사업과 관련해 정부나 서울시가 할 일은 참여주체들이 현 부동산시장 상황에 맞게 사업계획을 철저히 재검토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 시점에서는 개발사업을 접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안 되는 사업을 정부나 서울시가 억지로 나서서 되살리려 했다간 공공재원도 낭비되고 사업주체들의 피해도 커지는 수렁에 빠질 공산이 크다. 현 사업을 청산한 뒤 냉철한 부동산시장 상황 진단에 따라 도시계획상의 공공성을 살리고 주민들의 욕구에 더 부합하는 사업안이 나올 때 재추진하는 것이 순리다. 특히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적 과시욕구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대상에 편입된 서부이촌동 일대를 개발사업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그동안의 ‘독재개발’로 너무 많은 피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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