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성공할 수 있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연예계가 다른 분야와 차이점 하나가 있다. 바로 연예계 첫발을 디딘 신인 연예인이 영화나 드라마의 단 한번의 출연, 히트곡 하나로도 성공의 지표인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문희, 이순재, 고두심, 조용필, 안성기 등 국민 스타들이 오랜 노력을 기울여 대중의 사랑을 받아 성공하고 유재석 김명민 같은 톱스타들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무명생활을 오래 견디며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성공을 일군 것과 달리 손예진은 첫 출연작에 주연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단 한번의 드라마 출연으로 성공을 일군 것이다.
“오디션에서 김인영 작가가 마음에 들어 하고 이은규 책임 프로듀서(CP)가 감이 좋다고 말해서 잘하면 조연 정도는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주연이었어요. 얼마나 놀랐던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간혹 적지 않은 신인에게 드라마나 영화 주연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그 기회를 살려 스타로 부상하지 못한다. 오히려 신인 대부분이 주연이라는 부담감과 연기력이나 가창력의 부족,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 창출실패, 출연 문화상품의 반응 저조로 스타로 비상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신인들이 손예진처럼 단 한번의 드라마나 영화 출연 혹은 음반 발표로 스타로 비상하지만 이내 대중의 시선에 사라지기도 한다. 스타로서의 경쟁력을 계속 상승시키지 않아 대중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한 작품의 주연으로 스타덤에 오른 벼락 스타들의 상당수가 성공과 인기에 도취해 연기에 정진하지 않거나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일회용 스타’ ‘냄비스타’로 전락하는 것이다.
첫 출연작으로 성공해 스타가 되기도 엄청나게 힘들지만 그 성공을 바탕으로 스타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손예진은 캐릭터의 확장, 이미지의 전환, 마케팅 전략의 변화 등을 통해 스타성과 연기자로서의 경쟁력을 상승시켰다. 무엇보다 청순한 이미지 여스타=연기력 부족이라는 등식을 깨면서 연기력을 배가시켰다.
손예진에 대해 ‘선희진희’의 이주환PD는 “다양한 색깔의 자질이 잠재된 연기자”라고 평했으며 ‘여름향기’의 윤석호PD는 “대중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가진 스타”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의 오종록PD는 “코믹 캐릭터에서부터 청순한 배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고 말했다.
3명의 스타PD와 감독이 지적한 것처럼 다양한 잠재력,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의 창출력, 그리고 스펙트럼이 넓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손예진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자로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갔다.
그것은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의 리스트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드라마 ‘맛있는 청혼’ ‘선희진희’ ‘대망’ ‘여름향기’ ‘연애시대’ ‘스포트라이트’ ‘개인의 취향’ 그리고 영화 ‘취화선’‘연애소설’‘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클래식’‘내머리속의 지우개’‘작업의 정석’‘외출’‘아내가 결혼했다’‘무방비도시’ ‘오싹한 연애’‘타워’ 등 손예진의 출연작을 보면 장르와 캐릭터 등이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요구되는 연기의 색깔도 사뭇 다르다. 손예진은 단일한 이미지와 캐릭터라는 손쉬운 길을 버리고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와 이미지와 다른 배역에 도전해 캐릭터와 이미지 표출력 그리고 연기력을 확장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서른한살의 데뷔 14년차 연기자 손예진은 후배 연기자들에게 닮고 싶은 롤모델로 꼽히고 있다. “저 역시 10여년전 연기를 시작할 때 전도연 심은하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그런(롤모델) 선배가 되리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가 되도록 많이 노력할께요.” 늘 도전하며 연기자로서의 성공의 의미를 일깨우는 손예진의 내일의 모습과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