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를 느꼈다.” (전남 목포 혜인여자고등학교 장민아양), “뮤지컬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설레었다.”(경북 상주시 함창고등학교 김태일군), “우리 지역에서는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도 않고 자주 접할 기회가 흔치 않다”(전남 목포 혜인여자고등학교 이하은양),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재치 있는 연기와 감동적인 노래에 같이 울고 웃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경기 김포시 통진고 한수현양).
지난해 LG스쿨콘서트가 열린 학교 학생들의 관람 후기다. LG스쿨콘서트는 선정된 학교에서 기업 후원으로 예술 공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기업의 문화예술 대한 지원 활동을 메세나라 한다. LG스쿨콘서트처럼 공연 전체를 기획하고 제작 비용과 제반 사항을 총괄 지원하는 것도 메세나의 한 활동이지만, 현재 한창 공연 중인 PMC프러덕션의 뮤지컬 ‘아르센 루팡’이 예매 20석당 1석을 소외계층에게 후원하는 것도 메세나의 하나다.
메세나는 공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술 관람료의 할인 금액을 지원하거나 클래식 연주기관 후원, 뮤지컬 제작사 투자 등 서양음악, 미술·전시, 국악, 무용, 인프라(공연장·미술관 건립) 구축 등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지원 역시 기업의 대표적인 메세나다. 한국메세나협회가 발표한 ‘201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문화 인프라 구축에 774억원이 투자돼 기업의 메세나 활동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서양음악이 21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문화예술교육 196억원, 미술·전시 105억원, 영상·미디어와 뮤지컬이 46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경제연구원 김필수 선임연구원은 “기업은 대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 규모를 조정한다”면서도 “인프라 분야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아 지속적인 투자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원 금액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지난 1997년 이후 2007년 187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차츰 떨어져 1600억원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2011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금액은 1540억원으로 전년도 1665억원에서 7.5% 감소했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지원 규모가 주춤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메세나 참여 기업 수도 2010년 606개에서 2011년 509개로 16.6% 감소했다.
메세나를 통해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감수성을 키우는 것과, 사회 소외계층의 문화적 체험이 얼마의 가치를 지녔는지는 경제학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울 정도다. 많은 기업이 복지 사회공헌과 같이 문화예술 분야로의 지원을 꾸준히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7월 한국메세나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문화 예술분야 지원 상위 20개 기업 중 1위(2011년)를 차지한 현대중공업의 이경우 홍보부장은 “메세나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직결된다. 복지 투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미 있는 사회기부 활동이라는 것이 내부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지원 활동에 대한 기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용현 한국메세나협회장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문화 예술 수준이 경제력에 걸맞도록 높아져야 한다”며 메세나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LG스쿨콘서트를 신청한 학교 중 서울 영등포 관악고등학교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의 음악적 재능과 관심이 많습니다. 주변 문화시설을 다양하게 접하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신학기 학교 적응을 돕고 진로 탐색의 길을 열어주고자 신청합니다. (중략)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함께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치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간절히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