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이 과연 어떤 증거 능력을 가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동영상은 윤씨의 별장에서 성 접대가 이뤄졌다는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성 접대 의혹 선상에 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연루 가능성을 입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피해 여성인 A씨가 경찰에 제출한 성행위 동영상이 윤씨의 별장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가설이 사실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별장이 지어진 후 특별히 리모델링을 한 적이 없는 데다 가구 등 동영상 속 화면이 별장이라고 판단할 만한 진술이나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별장에서 유력 인사 등을 상대로 성 접대가 이뤄졌을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다만 동영상 속에서 성행위를 하는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있지만 최종 확인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A씨가 이 동영상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노래를 부르다가 성행위를 하는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김 전 차관을 성 접대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C씨는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으로 보이지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자신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즉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진술한 여성과 김 전 차관을 접대했다고 진술한 여성, 김 전 차관 동영상이라며 파일을 제출한 여성이 각기 다른 인물이어서 확실한 증거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이 증거 능력을 갖추려면 화면에 등장한 여성이 나타나 자신이 김 차관을 당일에 성 접대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두운 장소에서 구형 휴대전화로 촬영된 이 동영상의 화질이 워낙 떨어져 화면 속 등장인물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논란을 부르는 요인이다.
일부 피해 여성들이 화면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지목했지만 이 동영상을 본 일부 검사들은 화면 속 인물이 김 전 차관과 다른 인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동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문(聲紋)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성문분석은 동영상 속 목소리를 분석해 특정 인물인지를 확인하는 기법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성 접대 의심 동영상에 등장했다는 것만 갖고 사법처리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면서 "결국 이 같은 접대를 받고 공사 수주나 인허가 등의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해야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