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예계는 성상납 공화국인가?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03-25 08:47 수정 2013-03-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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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경아 트위터)

-대한민국 연예계는 성상납 공화국인가?

“룸싸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잠자리 요구를 했다”“ooo씨가 매번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저를 더 이뻐 하기 때문에 술접대 시켰다”2009년 3월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인 연기자 장자연이 남긴 문건의 일부 내용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연예계의 성상납을 폭로하거나 질타하는 목소리는 최근 들어서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성을 팔아 배역을 얻는 배우가 있다.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만 브라운관 속의 그녀를 부러워하며 나와 내 매니저를 질책하는 엄마. 완전 미움, 복수의 의미에서 이 멘션은 연말까지 띄워둘 것임.”연기자 장경아가 지난해 12월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성상납과 스폰서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기획사 대표의 술자리 초대도 거절했지만 워낙 생활이 고단해 고민하기도 했다.”중견 연기자 김부선이 지난 18일 방송된 JTBC ‘표창원의 시사 돌직구’에서 한 말이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사회고위층 인사들의 성접대 별장파티 사건에 연예인이 참석해 성상납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연예계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상납 제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고 연예인들의 성추행, 성폭행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연예계가 마치 성상납-성범죄 공화국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성추행이나 성폭행한 혐의로 한 연예기획사 대표와 유명 연예인 고영욱이 구속돼 재판을 받는가 하면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 장모씨는 지난 2011년 1년 동안 연예인 연습생들을 강간하고 성추행 혐의로 징역 6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자살한 장자연부터 최근 방송인 사유리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영화, 프로그램 출연을 둘러싸고 성상납 제의를 받았다는 폭로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연예인 지망생에서부터 신인, 무명 연예인 그리고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까지 성상납의 연속이다.

(사진=방송화면)

국가인권위가 지난 2010년 발표한 보고서 역시 한국 연예계의 고질적 병폐인 성상납과 성추행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국가 인권위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여성 연기자 111명과 지망생 약 240명, 연예산업 관계자 11명 등을 심층 면접해 조사한 결과, 여성 연기자의 45.3%가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또한 60.2%는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 인사에 대한 성상납 제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조사 대상 여자 연예인의 31.5%는 가슴과 엉덩이, 다리 등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위 등의 성추행 피해를 입었고 6.5%는 성폭행 등을 당했다.

연예계의‘성상납’‘몸로비’‘성추행-성폭행’문제는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 역사가 오래됐다. 하지만 근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연예인, 연예인 지망생들이 광고, 영화, 드라마,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을 위해 성상납을 하는 현상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도 종종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출연을 위해 성상납을 하는 연예인을 지칭해 미국에선 ‘캐스팅 카우치(Casting Couch)’라고 칭하고 일본에선 ‘베개영업’이라 표현하며 중국에선 ‘성조공’이라 부른다.

최근 들어 유독 한국 연예계에서 성상납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왜 한국 연예계 고질적 병폐로 지적된 성상납 문제가 근절되지 못하고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

(사진=jtbc)

우선 연예계의 수요 공급의 불균형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캐스팅 관행이 큰 원인이다.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연예인 지망생과 매년 1만여명에 달하는 방송영화연예 관련학과 졸업생들이 쏟아져나는 등 연예인 지망생과 연예인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인 방송, 영화, 프로그램, 음반, 무대, 광고 등이 매우 한정돼 있다. 여기에 캐스팅 열쇠를 쥐고 있는 연예계의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연출자나 감독, 연예인 매니저 등이 힘을 발휘하게 되는 수요자 중심시장이라는 구조와 공정하고 투명한 출연을 위한 캐스팅-오디션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후진적인 출연 시스템이 한국 연예계의 성상납 문제를 근절시키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PD와 제작자, 감독, 연예기획사 대표들이 연예계 진출과 출연을 둘러싼 이해관계 속에서의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성상납 요구와 일부 연예인 지망생과 연예인들은 성상납을 해서라도 출연의 기회를 잡고자 하는 잘못된 인식이 결합해 한국 연예계의 성상납 문제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성상납 제의를 받았을 때 이는 명백한 범죄인데도 제의를 받을 당시 신고 등 철저한 대응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른 뒤 “성상납 제의를 받았다”는 식의 눈길끌기용 폭로로 일관하는 것도 성상납 문제를 뿌리 뽑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연예기획사 관련 법 등 법적, 제도적 장치의 후진성 역시 연예계의 고질적 병폐중 하나인 성상납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원인중 하나다.

“연예인이 되고 아이돌을 꿈꾸는 지망생과 연습생이라면 대부분 성 상납을 고민합니다”라고 토로하는 한 연예인 연습생과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 같은 연예인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연예계의 성상납 문제는 이제 완전히 뿌리 뽑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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