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서민금융 평가제’…금융권, 시장 왜곡 우려

입력 2013-03-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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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수장 교체와 함께 박근혜 정부 금융 키워드인‘서민·중소기업 지원’압박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매월 지원 실적을 공개하고 평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금융권이 시장원리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5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은행들의 서민금융 취급 전담점포 실적을 서민금융지원 실적 평가에 반영하고,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매월 공개한다. 또 소액 신용대출 실적을 사회적 책임 실태 평가에 반영하고, 은행 영업점 경영실적 평가에 동산담보대출 취급 실적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매달 점검하고 목표 대비 실적이 부진한 은행에 대출을 적극 늘리도록 독려하겠다”며 이 같은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은행권에 강하게 주문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뽑기를 자처하고 나선 새 정부의 국정 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실적 평가에 따른 금융당국이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무리한 대출이 일어나고,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경쟁을 초래해 시장의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서민·중소기업 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지나칠 경우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고,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우려는 금융당국 수장에 신제윤·최수현 체제가 본격 출범하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민과 중소기업이 보호받는 금융환경이 조성되면서 은행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압박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경우 소액 신용대출 실적을 은행 평가에 반영하려는 금감원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대출금리 산정과 대출 목표는 은행권의 자체적인 판단 내용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를 평가해 대출 실적에 따라 상벌을 주는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이 서민과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과 공급자 위주로 만들어진 불합리한 금융제도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 추진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서민금융 강화는 추진돼야 할 상황이지만 금융기관마다 성격이 다른 점을 감안하지 않고 일괄적인 평가를 통해 지원을 압박하는 제도는 지속적인 시민금융 지원을 약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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