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4대 금융지주, 밀어주고 끌어주고 ‘그들만의 리그’…‘사추위’부터 바꿔야

입력 2013-03-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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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없는 한 최장 5년 연임 보장… 한달에 세번 회의, 연봉 5000만원

‘거수기, 그 밥에 그 나물, 회전문 인사…’.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둘러싼 표현들이다. 올해 4대 금융지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대거 유임시켰다. 당초 사외이사의 권한과 기능에 있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쇄신 차원에서 대거 물갈이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동일 인물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회전문 인사’도 사외이사 문제 중 하나다.

현재 4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는 34명. 이들 중 30명은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주사가 밝힌 신규 선임 사외이사는 7명 수준으로 대부분 자연스럽게 연임의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를 두고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이사회 구조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 구성,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 그들만의 리그 사추위 개혁 필요 =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사 회장과 사외이사 권한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법을 손질하기로 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의 인사에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제도 변경을 통해 사외이사의 권한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추위는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를 뽑는 모순적 구조를 안고 있다. 당연히 사외이사의 힘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자리를 보전하는 것이 현재 금융회사 사외이사 제도라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전체 9명의 사외이사 중 5년간 사외이사직을 맡아 연임이 불가능한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제외한 7명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10명 중 9명이 임기만료를 앞둔 가운데 28일 주총에서 이변이 없는 한 8명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5년 임기가 끝난 신희택, 방민준 사외이사 2명만 교체되고 4명은 연임됐다. 28일 주총을 개최하는 하나금융지주는 8명의 사외이사 중 5년 임기를 모두 채운 유병택, 김경섭, 이구택 사외이사만 바뀌고 나머지 2명은 연임될 전망이다.

최장 5년까지 연임이 가능한 사외이사 제도의 한계 내에서 각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들은 이변이 없는 한 연임을 보장받고 있다.

지난 2010년 제정된 사외이사 모범 규준에 따른 것이다. 당초 취지는 사외이사 임기를 최초 2년에 1년씩 연장해 매년 부적격자를 판별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금융당국이 5년까지 임기를 보장해 준 꼴이 됐다. 이 같은 제도 아래에서는 사외이사의 본질적 역할인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한 달에 3차례 회의 참석에 대기업 간부급 연봉 =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는 평균 5000만원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업과 사외이사를 겸직하면서도 대기업 간부급 월급을 매달 수령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 의장는 월 200만원의 업무 활동비도 받고 있다. 이들이 참석하는 금융지주 회의는 한 달 평균 3차례 가량. ING생명 인수 추진 등 다소 굵직한 사안이 많았던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정기이사회 14회, 소위원회 35회 등 모두 49차례 회의를 열었다. 신한금융은 정기·임시 이사회, 소위원회를 모두 합해 35차례,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20회 미만으로 한 달 평균 3번이 안 됐다. 이마저도 회의 출석률이 저조한 사외이사도 상당수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사외이사의 낙원이라고 불린다. 확실한 오너나 뚜렷한 대주주가 없기 때문에 최고경영자가 사외이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외이사가 차기 회장 후보 추천권을 갖고 있어 일부 금융지주사 안팎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보장해 줄 집행부의 주요 임원 한 명을 후보로 내정해 두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들의 권력이 과도하게 비대해져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금융권에는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 간의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다. 권한은 크지만 책임은 없어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순기능과 동시에 도덕적 해이라는 역기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내이사가 많으면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경영진 견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사외이사들이 연 평균 10회 안팎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아가고 있지만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 의견도 내지 않고 기권해 버리거나 책임감 없게 찬반표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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