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공포'에 개미 14만명 피눈물…3천억원대 피해

입력 2013-03-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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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결산법인의 회계감사 기한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개미투자자들이 '상장폐지 공포'에 떨고 있다.

이번 결산기에 투자기업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투자자는 18만명을 넘어서고, 이들의 투자자금은 7천726억원대로 추정된다.

정리매매 기간에 자금 회수율이 통상 50%를 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폐지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은 3천8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 감사보고서 관련 28개社 상장폐지 위기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완전자본잠식, 감사의견 거절 등 회계감사 관련 사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9개사, 코스닥시장 19개사 등 28개사다.

아직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은 상장사 2곳까지 더하면 최대 30개사까지 증시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회계감사인이 '의견거절' 또는 '부적정'으로 감사보고서를 내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해당 회사가 이의신청을 제기하지 않으면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이달 말 사업보고서 제출이 마감되면 어떤 기업이 퇴출당할지 윤곽이 잡히겠지만,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은 곳이 기사회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당국과 회계법인의 감사가 강화돼 결산기마다 상장폐지 기업이 속출한 지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지난 4년 동안 감사의견과 관련해 상장폐지된 기업은 140개사에 이른다. 매년 평균 35개사가 증시에서 퇴출당한 셈이다.

유가증권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코스닥시장에 결산 관련 상장폐지 기업이 집중됐다.

올해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코스닥 기업이 유가의 2배를 넘어섰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의 감사 강도와 수위가 높아지면서 결산 이후 상장폐지 되는 기업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2009년에는 감사의견 관련 43개사, 2010년에는 39개사가 상장폐지 됐으나 2011년 30개사, 작년 28개사로 줄었다.

4년 전만 해도 상장폐지 당하는 기업 2곳 중 1곳 이상(56.6%)이 감사의견 때문에 퇴출됐지만 작년에 이 비율은 43.1%로 낮아졌다.

◇ 개미투자자 피해 4천억원대 육박할 듯

감사의견 관련 상장폐지 기업이 줄었기만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소액주주 비중이 높거나 시가총액 700억원대 이상의 기업이 대거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28일 오후 6시까지 증기 퇴출 위기를 맞은 28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총 1조4천469억원이다.

이들 기업이 제출한 최근 분기보고서(2012년 3분기)를 바탕으로 소액주주 현황을 파악한 결과 위험에 노출된 개인은 18만1천573명, 투자금액은 7천726억원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56억원의 이디디컴퍼니와 25억원인 위다스는 소액주주 비중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리매매 기간에 자금 회수율이 통상 50%를 넘기 어렵기 때문에 상장폐지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은 3천8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일례로 28일 정리매매에 들어간 엔터기술 주가는 장 초반 52%까지 폭락했다가 34.29% 하락한 205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의 52주 최고가는 2천440원이었다는 점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를 가늠해볼 수 있다.

상장폐지에 몰린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게 거의 개인이다 보니 개미 투자자들은 매년 '결산공포'에 시달려왔다.

올해 상장폐지 위험에 처한 종목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평균 53.81%였다.

엠텍비전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90.70%로 가장 높았고 알앤엘바이오(83.29%), 지아이바이오(82.42%), 대한해운(74.09%), 디웍스글로벌(70.39%)이 뒤를 이었다.

소액주주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시가총액 6천574억원의 오리엔탈정공이다. 이 회사의 소액주주들은 총 3천604억원을 투자했다.

이밖에 대한해운 소액주주들이 1천151억원, 알앤엘바이오는 1천134억원을 투자하는 등 소액주주가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한 퇴출 위기 상장사는 총 4곳이었다.

오리엔탈정공이 자본전액잠식 해소 사유를 제출하고, 쌍용건설은 채권단이 1천7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동의하는 등 기업들은 상장폐지를 면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들의 이의신청 등을 종합해 증시에서 퇴출당할 기업 명단을 내달 2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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