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PGA투어 ‘한국선수 독무대’는 없다[오상민의 일본골프 이야기]

입력 2013-04-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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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 레이디스 우승으로 일본 여자프로골프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호리 나츠카 선수.(사진=JLPGA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개막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한 달 간 4개 대회를 소화해내며 숨 가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아리무라 치에(26ㆍ일본) 등 JLPGA투어 간판스타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 올 시즌은 한국선수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4개 대회를 마친 현재 전미정(31ㆍ진로재팬)이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전미정은 올 시즌 상금랭킹 2위(2097만엔)로 한국선수 중 가장 위쪽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뒤를 이어 김영(33)이 9위(824만엔)를 마크, ‘톱10’에 단 두 명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안선주(26), 이지희(34) 등은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신예들의 반란이 무섭다, 모리타 리카코(23)는 개막전으로 열린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우승을 시작으로 4개 대회에서 전부 3위 안에 드는 믿기지 않는 저력을 내고 있다. 상금랭킹도 단독 1위(3136만엔)로 일찌감치 상금왕을 예약하고 있다.

악사 레이디스에서 우승한 호리 나츠카(21)는 호쾌한 드라이버샷과 정교한 아이언샷을 동시에 겸비,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의 새로운 기대주로서 주목받고 있다.

T포인트 레이디스에서 우승한 이치노세 유키(25)의 돌풍도 눈길을 끈다. 상금랭킹 4위(1420만엔)로 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졸업한 노무라 하루쿄(21ㆍ한국명 문민경)는 최근 일본인으로 귀화, 여성답지 않은 장타력과 담력을 지녔다. 악사 레이디스 단독 2위를 차지하며 깜짝 스타로 등장,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젊은 신예들이 올 시즌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일본은 이미 수년 전부터 ‘타도 한국’을 외치며 대대적인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꿈나무 육성과 스윙교정이 그것이다. 과거 일본선수들의 스윙은 작은 신장과 짧은 비거리를 극복하기 위한 변칙적 스윙(오버스윙)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일본선수들의 변칙적 스윙은 장기적 발전 가능성으로 봤을 때 한국선수들과의 경쟁력에서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최근 일본여자프로골프는 더 이상 한국선수들의 적수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는 신예들은 신체 조건부터 다르다. 큰 신장에서 품어 나오는 장타력은 남자스윙을 방불케 할 정도다. 상금랭킹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모리타 리카코, 호리 나츠카, 이치노세 유키 등도 전부 장타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일본투어 기피현상도 원인이다. 국내 유망주들은 대부분 명예를 위해 미국무대 진출을 목표한다. 전미정, 안선주, 이보미 등이 일본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이들의 뒤를 이을 유망주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본 우익단체들의 텃세는 극복해야할 과제다. 안선주는 잦은 부상과 슬럼프로 인해 최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지만, 이후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는 등 정신적으로 시달려왔다.

물론 시즌 개막 후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올 시즌 향방은 예측이 어렵다. 시즌 중반으로 갈수록 안선주, 이지희, 김소희 등 국내 에이스들의 활약이 빛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일본의 젊은 유망주들의 활약과 뿌리 깊은 텃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투어에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오만감은 자칫 깊은 슬럼프를 불러일으키며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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