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상품마케팅전략본부 총괄을 맡고 있는 황준호 부사장의 상품 철학이다. 그는 유망 상품을 추천하고 만드는 일을 밥상 차리는 일에 비유했다.
나쁜 재료를 솎아 내고 좋은 재료들의 음식(상품)을 골라 밥상에 차려주는 일, 그리고 골고루 다양한 음식(상품)을 고객들이 선택한다면 건강한 투자 성과로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황 부사장이 상품 전략 기획을 세울 때 항상 강조하는 것도 바로 ‘고객 눈높이’와 ‘고객 신뢰구축’이다.
작년 8월 KDB대우증권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공들인 작업도 바로 상품 관련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실제 그가 부임하면서 이룬 대표적 성과로는 △상품라인업 원칙 재정립 △상품선정기준 변경 및 인프라 구축 △고객 확보를 위한 특판 상품 공급 등이 꼽힌다.
황 부사장은 “KDB대우증권이 그동안 출시한 상품관련 정보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일을 6개월째 하고 있다”며 “결국 상품관련 정보 데이터를 축적해 판매 이후 수익률과 사후 관리 서비스를 진행하는 모든 작업이 고객의 만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보수 상품 위주의 상품 라인업에서 저성장, 저금리 환경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구축한 것도 고객 편의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 KDB대우증권은 최근 터키채권 등 다양한 해외채권 소개와 함께 재형저축 RP 등 저금리 대안 상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그동안 단기 고수익 중심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했다면, 지속적인 수익률 위주의 상품으로 판매를 강화시킨 점도 자랑거리다.
그는 “최고 수익률의 상품을 지향하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수익이 나는 상품을 추천 하는 게 목표”라며 “KDB대우증권을 투자 상품을 가장 적시에 잘 제공하는 투자상품의 명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저성장·저금리·불확실성 대응 상품 제공에 총력
올해 상품시장의 키워드로 황 부사장이 꼽은 테마는 바로 저성장, 저금리, 그리고 불확실성이다.
그는 “최근 10년간 증권사들의 신규 창출 고객 계좌수나 상품 수탁고가 점점 줄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증권업계의 공통 관심사”라며 “여기에 저성장, 저금리,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차별적인 상품 제공 준비가 올해 상품투자전략본부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고수익·고위험 시대에서 중위험·중수익 시대로 고객들의 니즈가 변한 점은 상품 전략을 짤 때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이다.
이같은 고객 니즈 변화에 맞서 현재 KDB대우증권에서는 △자산배분상품의 전략화, △ELS/DLS 등 구조화 상품의 공급확대 △시스템펀드, 롱숏형 자문형 랩 등의 절대수익형 상품 강화 △해외채권 라인업 확대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걸었다.
결국 올해도 ‘금리+알파’ 수준의 기대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해외채권이나 ELS, DLS, 절대수익 추구형 상품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중위험·중수익 테마에 적합한 상품들의 자산군이 다양하다 보니 여러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어 이를 보완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KDB대우증권은 4월부터 소매외화채권 판매를 집중적으로 시작한다.
황 부사장은 “소매외화채권은 기존 해외채권이 지닌 크레딧 리스크를 대폭 축소시킨 상품이고 연평균 수익률은 5~6%선”이라며 “실제 신용도가 높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브라질 헤알화 표시 채권과 터키 리라화 표시 채권 2종류를 우선 판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상 시중에 출시된 브라질 채권의 만기가 7년인데 반해 이번에 대우증권이 선보인 소매외화채권은 만기가 2년에서 3년으로 짧은 것도 특징이다.
이 밖에 기존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고금리 특판 상품 출시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무리한 고수익 욕심은 상품투자의 적
상품마케팅전략본부 수장으로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돈의 흐름을 나타내는 유동성 지표와 매크로 지표, 그리고 다양한 사회현상 등이다.
황 부사장은 “요즘 특히 글로벌 유동성 흐름을 가장 중요하게 살피고 있다”며 “단기적 유행이 아닌 유동성의 길목을 지키는 투자를 선호하고, 최고의 성과보다는 꾸준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시가총액은 이미 최고치를 돌파해 올 1월 기준으로 60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
그는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에는 고정 금리형 자산에 갇혔던 자금들이 최근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자 여러 국가의 금융자산들로 이동하며 가격을 움직이는 모습”이라며 “또 아직 펀더멘털 개선이 본격화되지 않은 시기라 이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가격의 변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유동성의 길목을 잘 살펴서 타이밍에 맞는 고수익 상품을 개발, 선점한다면 초과수익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최근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현실과 관련, 상품마케팅전략 총괄인 그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황 부사장은 “시장에 남은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고민이 여전하지만 절대수익형, 해외채권형, 그리고 세제 개편안으로 금융종합과세 기준이 낮아지며 절세형 상품 등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최근 주식형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도 목격되고 있는데, 자산배분 차원에서 상반기 중 조금씩 주식형 펀드 등의 금융상품으로 투자 비중을 늘린다면 초과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과적인 상품 투자전략에 대한 투자조언으로 그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운을 뗐다.
“미국 속담 중에 황소(강세론자), 곰(약세론자)도 돈은 벌지만 돼지(욕심)는 돈을 못 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결국 무리한 욕심은 리스크를 키운다는 교훈이죠.”
황 부사장은 “내가 모르는 상품, 그리고 욕심만 안부린다면 상품 투자는 성공하기 마련”이라며 “특히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시야를 넓혀 투자 자산에 대한 비중을 조금씩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