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 논란…한국의 공공의료는?

입력 2013-04-0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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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2010년 3월 대구적십자 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폐원한데 이어 진주의료원 폐업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을 통해 올해 2월부터 민간의료기관들도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공공보건의료정책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공공의료는 취약지와 저소득층 지역 주민의 의료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이고 ‘적정 진료’에 관한 표준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의료를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의료 공공성 강화에 대한 비전없이 단기 경영실적 만으로 공공병원을 평가하고 휴폐업을 논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민간에 의존한 정부, 그 결과는=전문가들은 한국의 공공의료가 ‘처참한 상황’ 혹은 ‘와해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5.9%, 공공병상 수는 10.4%에 불과하다.

1971년부터 2007년까지 민간병상이 약 384배 증가하는 동안 공공병상은 14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공의료기관이 줄어든 배경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확대하면서 의료 공급을 민간에 맡겼기 때문이다.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될 당시 국가가 돈을 투자해 병원을 설립한 사례는 전무하다.

그 결과로 ‘지역 불균형’이 초래됐다. 삼성서울병원, 현대아산병원 등 민간 병원들이 들어오면서 능력 있는 의료진은 물론 환자들도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 의료 양극화가 가속화 된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조사결과 전국 248개 지자체 중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지자체는 52곳(시지역 12곳, 군지역 40곳)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곳은 11곳으로 부산 강서구와 과천시 등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촌지역이다. 암 검진기관이 없는 곳은 35곳이나 됐다.

◇공공병원 없는 공공의료 가능할까?=참여정부 시절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세우고 5년 안에 공공병상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로 예산을 4조3000억원이나 투입했지만 민간의료기관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공공병원은 ‘만성적인 적자병원’으로 위상이 추락하고 지역사회 내 인식도 점점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지방의료원 34곳 가우데 흑자를 낸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공공병원을 확충하기보다 민간의료기관을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분주하다.

공공보건의료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5개년)’을 마련하고 있으며 의료취약지 지정을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로 인해 진료비 상승 및 수도권 지역으로의 의료집중화 등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공공병원을 개선하고 본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인력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화, 연금 등 민간과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련 전문의를 비롯한 인력, 시설, 장비 등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공공보건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통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면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인의협 정책국장은 “기관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이 진료 표준을 제시하는 본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일반 기업들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곳이 많고 총 자산보다 부채비율이 높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어떻게 하면 적자가 나지 않을 지를 고민해야지, 적자가 난다고 폐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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