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월 27일) 오후 ‘비타민 ’녹화를 1시간여 앞두고 담당 PD는 황당한 지시를 전달받았다. 정은아씨는 다음 녹화부터 교체할 예정이니 오늘 녹화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라는 것이다. 제작진과 일부라도 논의한 적이 없었다. 제작진이 그 전에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지도 않았다.”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3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은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3년 6월 첫 방송부터 MC로 나서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중 최고 프로그램으로 이끌었던 KBS‘비타민’의 정은아의 교체 방침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뜨겁다. KBS노조뿐만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청자와 네티즌도 “명MC로 진행을 잘하고 있는 사람을 왜 교체하느냐”는 반응을 보이며 논란은 더욱 더 거세지고 있다.
정은아의 MC로서 성공한 가장 큰 원동력은 뛰어난 진행 실력이다.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진행 스타일과 이미지를 구축한 것 역시 정은아를 부동의 최고 스타MC로 자리 잡게 한 힘이다.
정은아는 차분하면서도 편안하게 프로그램을 격조이게 이끄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진행스타일 그리고 반듯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의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 구축, 진행자로서 갖춰야할 프로그램 장악력, 분위기에 상황에 따라 진행템포를 조절하는 노련함, 위기상황에서의 대처능력,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연출할 줄 아는 폭넓은 진행 스타일, 맡은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진부함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경쟁력 등 진행자로서 탁월한 능력으로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MC다. 독특한 개성으로 튀는 것과 격렬함 보다 더 무서운 차분함과 편안함, 따뜻함으로 무장한 진행자 정은아는 안방의 시청자들을 완전 무장해제 시키며 프로그램에 몰입시킨다.
“언어구사나 MC로서의 기본이 가장 탄탄한 진행자”(이계진) “수다를 떨어도 예쁜 MC”(임성훈) “방송인중 가장 지향해야 할 롤모델이 정은아다. 바른 언어 구사뿐만 아니라 출연자, MC, 시청자까지 고려한 진행은 단연 압권이다”(김승현)
이처럼 그녀와 방송을 함께 했던 방송인들은 한결같이 정은아의 진행 실력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1990년 KBS 입사 3개월만의 신출내기 아나운서가 간판 프로그램 ‘생방송, 전국은 지금’을 맡았다. “후배들이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놀리는 것처럼 대학(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을 졸업하고 3년 동안 KBS 입사 시험을 봤지요. 두 번 떨어졌다. 차가운 겨울날 여의도를 거닐면서 백 번 떨어져도 꼭 방송사에 들어가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정은아의 이같은 악바리 근성은 신참 아나운서로서는 부담스러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대형 프로그램을 소화해 낼 수 있게 만들었다. “함께 진행하는 MC나 뛰어난 진행자들의 장점을 많이 보고 배우려고 한다. 임성훈씨의 변함없는 성실, 이상벽씨의 말을 풀어내는 솜씨, 허수경씨의 재기발랄, 김용만씨의 밝은 분위기 연출력, 유재석씨의 겸손하며 배려하는 진행, 강호동씨의 카리스마 등을 많이 배웠다”고 말하는 정은아는 ‘아침마당’‘열린 음악회’등 간판 프로그램을 모두 진행하며 최고의 프로그램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1997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에도 SBS ‘좋은 아침’MBC‘21세기위원회’등 방송사 대표 프로그램을 맡아 최고 MC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정은아가 최고의 MC라는 사실은 그녀가 맡은 프로그램이 항상 장기간 최고의 프로그램의 지위를 획득하다는 점에서도 단적으로 확인된다. 요즘에도 여전히 주부를 비롯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KBS ‘아침마당’을 초창기부터 7년간 맡아 초석을 다졌고 SBS ‘좋은 아침’은 10년간 이끌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타민’역시 2003년 6월29일 첫 방송부터 10년 가까운 오랜 시간을 진행을 해왔다. ‘아침마당’‘좋은 아침’의 진행자 교체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시청자들이 “정은아는 최적의 그리고 최고의 MC”라며 교체를 반대하는 의견을 쏟아냈다. ‘비타민’역시 MC 교체 방침이 알려지면서 정은아 퇴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은아가 MC로서 성공시대를 연 또 다른 힘은 한국 여자 MC로서의 새 지평을 확장한 것이다. 정은아는 남자 MC의 보조 MC 차원에 머물던 여성 진행자를 명실상부한 공동 진행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여성 MC들은 1990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 진행자의 말을 거드는 보조 수준이었다. 요즘에도 MC로 나와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웃기만 하다가 들어가는 장식용 MC들이 난무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은아는 단독 진행은 물론 남자 MC와 공동으로 진행할 때도 뛰어난 진행 실력으로 시청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로그램의 성격, 인기, 시청자의 반응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MC 정은아는 “저뿐만 아니라 저를 지켜보는 시청자도 만족할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제 이름보다는 제가 맡은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오래 남고 기억될 수 있는 진행자가 되고 싶습니다”는 바람을 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