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① CJ E&M 영화사업부문]한국 영화산업 견인차 CJ E&M, 글로벌 스크린 잡는다

입력 2013-04-05 10:58 수정 2013-04-0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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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인샬라 시작으로 영화 투자·배급…한 해 수백 편 지원 요청, 13~15편 선정

영화산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CJ E&M(이하 CJE)이다. 관객이나 전문가들은 한국 영화산업의 견인차가 CJE 영화사업부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이뤄내지 못한 영화산업의 성장통에 대한 비난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는 일등이기도 하다. CJE의 역사는 한국 영화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CJE는 ‘트랜스포머3’, ‘미션임파서블’, ‘쿵푸팬더2’ 등 2011년과 같은 흥행 외화 라인업 부재로 전년 동기 대비 관객 수 8% 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해; 왕이 된 남자’, ‘늑대소년’, ‘연가시’, ‘댄싱퀸’ 등 한국 영화 라인업 흥행으로 전체 매출을 소폭 상승시키며 극장 매출 1610억원, 부가판권 304억원을 포함해 2012년 매출 219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연간 14% 매출 상승의 성과이며 109%의 영업이익(92억원) 달성을 이룬 수치다.

CJE의 이 같은 영업이익 달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95년 드림웍스 SKG의 대주주 참여로 시작된 CJE의 역사는 무려 17년 동안 한국 영화 시장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 1997년 ‘인샬라’를 시작으로 국내외 영화 투자 및 배급 사업을 본격 시작한 CJE는 2000년 4월 제일제당으로부터 분사했다. 그해 ‘공동경비구역 JSA’로 583만명을 동원하는 성과를 이뤘고 2002년 ‘집으로’, 2003년 ‘살인의 추억’,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 2005년 ‘친절한 금자씨’, 2006년 ‘타짜’, 2007년 ‘화려한 휴가’, 2008년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등 매년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에 투자·배급했다. 그러던 중 2009년 ‘해운대’로 1152만명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며 1000만 영화를 만들어 냈다. 흥행뿐 아니라 작품성도 고려한 CJE의 성과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통해 성과를 얻어냈다. 두 작품을 62회 칸 영화제 공식 부문에 동반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이후 2010년 ‘아저씨’, 2011년 ‘써니’, ‘완득이’, ‘도가니’ 등 해마다 흥행 작품을 선보이다가 급기야 2012년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2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2009년 ‘해운대’로 세운 자사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을 경신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성과는 CJE만의 투자·배급 선정 기준에서부터 시작된다. 홍보팀 이창현 부장은 “사실상 우리 회사에서 1년에 소화할 수 있는 영화는 13~15편 정도다. 그러나 제작, 투자에 지원 요청을 하는 영화는 수백 편이다. 그렇다 보니 선정 기준의 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아니라 집중 타깃층을 명쾌하게 흔들어 영화를 성공으로 이끌 만한 작품을 원할 수밖에 없다. 그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통할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면서 투자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2013년 글로벌 진출 노력의 결실 원년

2013년은 CJE의 오랜 글로벌 진출 노력이 결실을 맺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올해 CJE는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박찬욱 감독 제작, 봉준호 감독 연출의 ‘설국열차’와 함께 ‘메이크유어무브(Make Your Move)’, ‘파이널레시피(Final Recipe)’, ‘이별계약’ 등을 선보인다. 이 4편의 영화는 기존에 진행된 한국 감독과 배우의 개별적 글로벌 진출이나 완성된 콘텐츠의 세일즈, 직배와는 다른 의미다. 현지의 문화와 시장, 관객 등을 분석해 완벽화게 현지화된 영화를 제작, 국내외에 개봉하는 것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 영화의 글로벌 진출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CJE 직원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그 결실은 벌써 가시화됐다. ‘설국열차’가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북미,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 영어권 국가 배급권을 확보한 데 이어 프랑스, 일본, 러시아, 동유럽, 남미, 스칸디나비아반도, 동아시아 지역 등 전 세계 거점 국가에 대부분 판매되는 쾌거를 기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제작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억원 이상의 수입을 개봉 전 이미 거둬들였다. 이는 지난해 한국 영화 331편의 수출 실적을 모두 합한 217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2013년 CJE 라인업, 1000만 영화 두 편 배출?

올해는 CJE의 글로벌화를 이끌 4편의 영화 외에도 유수의 한국 영화들이 라인업돼 한국 영화의 질적·양적 팽창을 예고하고 있다. CJE에서는 올해 라인업이 된 13~14편 중 상반기 ‘설국열차’와 하반기 ‘AM11:00’을 1000만 관객 동원의 저력을 가진 작품으로 손꼽았다.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색채가 묻어난 작품이자 전 세계에서 이미 큰 관심을 받은 만큼 기대감이 크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AM11:00’은 정재영·최다니엘·김옥빈 주연 영화로 서로를 죽이려 하는 하루 뒤 미래의 CCTV를 확인한 밀폐된 심해 연구소의 타임머신 연구원들이 벌이는 심리 스릴러다. CJE 측은 이 작품에 대해 “CG와 후반 작업만 잘 된다면 스릴러 보러 극장에 갔다가 블록버스터 한 편 본 느낌일 것”이라고 홍보했다. 이 외에도 CJE의 2013년 기대작으로는 ‘지.아이.조2’, ‘다크니스’ 등 외화 8편과 ‘감기’, ‘집으로 가는 길’, ‘협상종결자’, ‘깡철이’ 등 한국영화 13편 등 총 21편이 라인업이 돼 있다.

정태성 CJE 영화사업부문장 “회계 투명성 정착…수익 나눌 것”

▲정태성 CJ E&M 영화사업부문장
“CJE가 업계에서 해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CJE 영화사업부문은 젊은 조직이다. 정태성(49) 부문장, 넘버 투 노혜령(45) 상무 이하 직원들은 열린 사고방식 속에서 함께 토론하고 열정을 나누면서 한국 영화계를 한 발자국씩 전진시키고 있다. 사실상 CJE는 업계 선두주자로 안정적 매출을 올리며 편안하게 사회생활하는 법을 이미 알고 있다. 영화사업 17년의 노하우는 이미 축적돼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 부문장은 CJE가 영화계에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실천하고자 했다.

“우리는 나름대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우리가 먹고살려면 30억~50억원 규모의 투자만으로 안정적으로 가져가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가져가면 거의 모든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경영진의 의지다. 한국 영화산업에서 우리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상 제작비 100억원이 훌쩍 넘는 규모의 영화를 만들면 CJE는 어김없이 업계의 표적이 돼 욕을 먹기 일쑤다. 그러나 그러한 규모 또한 CJE가 아니고서는 섣불리 시도할 수 없다. 또한 7~8년 만에 영화 연출에 컴백하는 감독 작품에 제작 투자하는 모험도 CJE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다. 영화계의 이 모든 망설임을 CJE가 거침없이 해냄으로써 의미 있는 성과들을 거둬들인다.

그러면서도 업계 1위 업체로서 세간의 비판을 전면으로 받아야 할 때는 억울하기도 하다. 정 부문장은 “우리도 퐁당퐁당을 당한다”며 “2009년 12월 ‘아바타’와 ‘전우치’가 동시 개봉했는데 CGV가 영화관을 안 주더라. 답답했다. 사실상 ‘전우치’도 퐁당퐁당을 당한 영화”라고 뒤늦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의 역차별을 설명하면서 그는 “수직 계열사로 엮여 있는 부분 때문에 사실이 아님에도 욕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할 때는 답답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억울함을 감수하는 이유 역시 CJE가 업계 1위 업체이기 때문이다. CJE는 1위 업체의 위용으로 영화계의 여러 폐단을 수정했고, 앞으로도 조금씩 바꿔 나갈 예정이다.

정 부문장은 “‘CJ E&M 블로그-각 사업 부문장을 만나다 인터뷰’를 통해 말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할리우드와 달리 제작 시스템에 있어 회계가 투명하지 못했다. CJE가 바꾼 것은 회계의 투명성이다. 제작비의 작은 부분까지 영수증을 첨부해야 한다.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잘했다고 칭찬한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회계의 투명성은 이뤄냈다고 보고 앞으로 수익을 스태프들과 골고루 나눌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영화가 잘된다고 한들 한쪽은 여전히 배고프다. 공평하지 못하지 않나.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에게도 과실이 골고루 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계의 폐단을 고쳐 나가면서 동시에 발전을 이뤄나가는 CJE. 정 부문장을 비롯한 이 회사 경영진은 늘 말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달에 1~2편의 한국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CJE의 책무다. 그리고 그 교두보는 2013년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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