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는 족쇄” 홍기택 발언 어쩌나

입력 2013-04-0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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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인선, 전문성·국정철학 중시한다더니…논란 가중

▲홍기택 KDB산은지주 회장 내정자
정부가 KDB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으로 홍기택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을 선임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홍 회장 내정자는 중앙대 교수 출신으로 금융 실무 경험이 없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서강대 동기라는 점에서 코드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특히 홍 내정자가 자신의 저서에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강화 방침에 역행하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져 전문성과 금융관 모두 비판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4일 홍 전 위원을 산은지주 회장 겸 산은 행장으로 내정했다. 금융위는 홍 내정자가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분야의 학계 전문가로 금융회사 사외이사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보유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정부의 정책금융 체계 개편과 ‘창조금융’을 통한 실물경제 지원에 홍 내정자가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냉랭하다. 전문성도 부족한 데다 친박 인사의 낙하산 인사와 다름없어 정부가 천명한 전문성 제고나 낙하산 인사 배제 방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홍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그는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으로 지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며 새 정부의 금융분야 정책을 기초했다. 당시 경제1분과와 관련 있는 NH농협금융지주에서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자 의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홍 내정자의 ‘금융관’ 역시 새 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홍 내정자는 지난 2008년 한반도선진화재단이 펴낸 ‘왜 금융선진화인가’라는 제목의 공동 저서에 금산 분리에 대해 “금융산업 발전의 족쇄”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금산 분리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우대하는 불공평한 제도”라면서 “금산 분리 원칙을 계속 고집하면 우리 금융산업의 조속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금융권과 학계에서는 홍 내정자가 산은지주를 이끌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산은지주 민영화 백지화로 계열사의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정책금융 재편의 격랑 속에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교수 출신을 회장으로 맞이하는 산은 내부에서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정책금융 체계 개편 의지가 홍 내정자 임명에 강하게 투영돼 있어 산은의 위상변화와 맞물려 정책금융 체계 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홍 내정자가 정책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향후 산은은 리테일 부문 축소와 정책금융 기능 강화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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