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건물에는 규모 100석 이상 규모의 커다란 브리핑룸이 있다. 대규모 기자회견이나 주요 경제정책 발표에 손색이 없는 규모다. 하지만 여태껏 이 방이 사용된 것은 차관급 브리핑 한 번뿐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이 방에 와 본 적이 없다.
새 정부의 주요 일정이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지면서 정부세종청사 시설이 ‘놀고’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박근혜정부 경제정책방향’과 그 직후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대표적이다. 기재부와 국토부는 모두 세종시 이전부처다. 장관의 공식 사무실도, 출입기자들도 모두 세종시에 있지만 모두 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공무원들은 TV를 통해 장관을 만난다. 스킨십이 없으니 팀워크도 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장관들은 틈날 때마다 직원들에게 ‘세종시에서 일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노고를 언급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세종청사 입주부처의 업무가 서울에서 이뤄지는 것에서는 보면 당위성도 효율성도 찾기가 힘들다.
장관실은 놀고 있다. 현 부총리의 경우 오늘 일정은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 일본대사를 면담하는 일이다. 길이 3.5km의 세종청사 1단지에는 매점이 한 개뿐이다. 음료수 하나를 사려면 왕복 7km를 걷기도 한다. 각 건물의 장관실 앞을 지날 때면 “차라리 이곳에 매점을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농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