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기업 채용]될성부른 인재, 떡잎부터 알아본다

입력 2013-04-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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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창의력 넘치는 인재를 찾아라” 합숙토론·심층 평가… 면접 천차만별

“얼마전에 회사 협력업체 리스트를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회사 협력사인데, 제가 이력서를 냈다가 떨어졌던 곳이더라구요.(웃음)”

국내 굴지의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정모(31)씨. 입사 2년이 돼가는 그는 한때 자신을 몰라보고 채용하지 않았던 중견기업이 자사의 하청업체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전역하기 전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다. 고향인 대구 인근에, 대기업에 대량의 부품을 납품한다는 D중견기업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러던 중 재계 서열 2위의 자동차 기업이 정씨의 숨은 진가를 마침내 발견했다. 회사는 그의 전공과 이력, 군 복무 당시의 특기 등을 높이 샀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과 끈기도 놓칠 수 없었다.

3개월여 교육과 연수를 마친 정씨는 현재 서울 본사에서 당당하게 근무하고 있다. 향후 사내 ‘노사문제 전문가’로 성장할 야심찬 꿈도 꾸고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층 치열해진 글로벌 경영환경은 기업의 인재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를 찾고 있다. 다양한 채용 방식을 찾고 인재를 보는 관점을 달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하게 학력과 스펙으로 인재를 가늠하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 채용에선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젠 기업이 원하는 직무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인재를 원하고 있다. 면접 때는 회사를 위한 의지와 투지의 가능성을 살핀다. 기업마다 키워드를 앞세워 좋은 인재보다는 알맞은 인재를 찾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채용 방식, 면접 형태도 독특하다. 입사지원자끼리 모여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 널리 유행하고 있다. 애당초 면접관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누가 논리적이고 누가 토론을 이끌어가는지를 살핀다.

국내 한 금융사는 하반기 공채 때 이색 면접을 치르기도 했다. 지원자에게 휴대폰으로 친척이나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게 한 뒤 응답 비율과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평소에 인맥을 어떻게, 어느 정도 관리하는지를 알아보자는 취지였다.

이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면접도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전락했다. 면접관이 영어로 질문하면 중국어로 대답했을 때 가산점을 준다는 회사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2박3일 동안 합숙을 통해 토론과 경영 시뮬레이션은 물론 음주 뒤의 행동까지 살피기도 한다.

이렇듯 채용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학력과 연령 제한도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상장사와 공기업 489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부터 학력·전공·나이·성별 제한을 아예 없애는 '열린 채용'을 도입하거나 지원 조건을 완화한 곳이 35.2%에 달했다. 공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5곳 중 4곳, 은행 등 금융권은 2곳 중 1곳이 열린 채용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자체 교육을 통해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양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대차는 자동차에 대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지닌 인재를 찾고 있다. SK는 지방대라는 편견 탓에 알아보지 못했던 알짜 지방대학교 인재를 찾고 있다.

이들 기업은 토익점수가 높아도 회화능력이 떨어지면 뽑지 않는다는 조항을 채용 기준에 포함하기도 했다. 점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입사 지원자라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자격 요건과 다양한 채용 방법,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을 미리 알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취업을 위해 기업의 최근 이슈를 찾아가기보다 어떤 인재를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입사에 성공한 선배, 현재 근무 중인 임직원들은 가장 좋은 조언자다. 일단 기업을 선택했다면 집중하는 모습도 갖춰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재계 전반에 퍼지고 있는 채용 트렌드를 살펴본다. 올해 기업의 채용 현황부터 취업 성공자의 조언과 해당 기업의 숨은 기업문화까지 두루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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