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 짜는 이건희, 현장 뛰는 이재용

입력 2013-04-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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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약 3개월의 해외 체류 끝에 새로운 경영전략을 들고 귀국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博鰲) 아시아포럼’에 참석해 현장을 뛰고 있다.

8일 재계와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그룹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경영구상을 마무리하고 지난 6일 귀국한 데 이어, 이번 주부터 그룹 최고경영진들을 통해 강도 높은 주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해외에 체류하면서도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을 통해 그룹의 현안을 보고 받고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영구상을 마쳤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새 전략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귀국 당시 김포공항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많이 하고 미래사업 구상도 많이 했다”고 말하고 “(신경영)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되고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더 열심히 뛰고 사물을 깊게, 멀리 보고 연구해야 한다”며 위기의식과 미래 전략을 동시에 언급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서초사옥 출근 경영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장이 귀국하는 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정·재계 인사가 모이는 ‘보아오 아시아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보아오 포럼은 형식적으로는 비정부 기구인 보아오 포럼 사무국이 주최하는 행사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후원자인 중국 정부가 자국 주도의 국제 여론 형성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최국인 중국에서는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참석, 최고 국가 행사로 격을 높였다.

이 부회장은 이번 포럼에 그룹을 대표해 참석한다. 그는 지난 몇년 간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기업들을 수차례 방문하며 실무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개별 국가가 아닌 아시아지역 정·재계 인사가 대규모로 모이는 국제행사에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각 국 정상과 국제기구 지도자, 경제계 인사, 학자, 정부 관계자 등을 포함한 전체 포럼 참가자는 43개 국가, 2500여명에 달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본격적인 국제무대의 데뷔전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규이사 자격으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포럼에 참가 중인 시 주석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포럼이사 15명을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뒤를 이어 이번 포럼에서 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큰 틀의 경영전략을 짜내는 사이, 이 부회장은 현장을 직접 뛰는 방식으로 역할이 나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의 장고(長考)가 여느 해보다 길어지면서 더욱 심도있는 전략을 내놓는 사이 이 부회장은 현장을 뛰는 역할 분담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새 경영전략을 짜는 만큼 이 부회장은 적극적인 해외 행보를 통해 입지를 다지는 시기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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