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과 벤처의 험난한 과정을 겪고 우뚝 선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창업을 위해 살고 있던 집을 팔 정도로 ‘깡’으로 똘똘 뭉친, 바로 이길순 에어비타 대표다. 평범한 주부에서 연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하는 기업 CEO로 당당히 자리 잡은 이 대표는 여성으로서 창업·벤처기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교본이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줄도 몰랐던 이 대표는 제품 구상에 들어갔다. 직접 발품을 팔며 부품을 구매했고, 당시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기술자와 연을 맺어 산고 끝에 초소형 공기청정기 ‘이오나이저’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은평구 수색동에 있던 주택을 과감히 팔았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자본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시 가족들에게는 집을 판 다음 통보했다.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다. 공기청정기에 대한 사랑, 열정이 아니었으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회상했다.
돈과 제품. 이 대표는 사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본인이 믿어왔던 ‘사람’에게 발목을 붙잡혔다.
이 대표는 “수중에 생긴 5억원이 그동안 제품 개발에 들어갔던 금형비, 사출비, 카탈로그비, 부품비 등의 대금을 결제하니깐 30분 만에 사라졌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을 잘 몰랐던 이 대표를 대상으로 업체들이 시중가보다 세 배 높은 가격을 부르는 등 과도하게 가격을 측정했던 원인이 컸다.
이 대표는 “항상 내 실패를 108번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불교에 108배가 있듯 마음을 비우기 위한 의미다. 최근 2년 전에도 정말 아끼는 동생이 배신을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운전을 하다가도 울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또다시 누군가한테 뒤통수를 맞을지라도 사람을 믿자는 게 최종적으로 내가 얻은 깨달음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작은 부품 하나도 A급으로 쓰는 제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련된 디자인을 접목시킨 신상품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 에어비타’라는 탁상용 공기청정기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또한 내년에는 융합 가전제품으로 새로운 모델의 공기청정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디자인, 제품 구성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음 달이면 벌써 작년 매출인 50억원을 달성한다”며 “올해 매출 목표액을 120억원으로 설정했는데 목표 달성은 물론 이 추세라면 내년엔 240억원, 그 다음해엔 500억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해외시장의 경우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를 적극적으로 노크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은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키워 중국 안방에 진입할 것이라는 포부다.
이 대표는 “지금은 중국 시장 중심에 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달에도 중국, 홍콩 출장을 앞두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 시장은 가격 조율이 힘든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