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의 책이 200만 부 이상 팔렸다는 말에 20년 이상을 작은 서점을 운영한 분이 놀라며 한 말이다. 서점의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들어오는 거의 모든 책을 읽는다는 독서광으로서 그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도서 시장의 쏠림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을 잘 표현한 말이기 때문이다. 잘 팔리는 책이 도서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이 문화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의견이 비평가들 사이에서 오가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책은 효용성이나 만족도 면을 놓고 계량화할 수 없다. 이는 문화 상품의 특징이다.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입소문이나 마케팅으로 많이 팔린 책이 어떤 이에게는 그다지 좋은 책이 아닌 경우도 허다하다. 즉, 판매 부수가 좋은 책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도서가 좋은가’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에게 맞는 책이요’라는 답이 알맞다. 주말이나 퇴근 시간에 근처의 서점을 가서 어떤 책이 새로 나왔나 보면서 내용을 훑어보는 것도 좋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책보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생기는 책을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귀찮고 시간도 들지만, 진짜 자신의 책을 찾는 데는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책 탐험은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아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 수 있고 엄선된 도서를 읽지 않는다는 불안감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책을 찾으면 가슴 뭉클한 희열까지도 느낄 수 있다. 혜민 스님이 지은 책의 판매 고공 행진이 멈추고, 비로소 사람들이 다양한 책들을 찾을 기회가 왔으면 한다. 서점에서 제공하는 베스트셀러 구역을 지나서 빛을 보지 못한 미지의 도서 정글 탐험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