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극·소설… 성상납을 들추다

입력 2013-04-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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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사건 모티브 영화 ‘노리개’… 대중문화에 현실 고발 목소리 커져

연예계 성상납 폭로와 의혹이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가운데 사회고위층의 성접대 의혹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10여 명의 사회고위층에 대해 경찰의 출국금지 신청이 기각됐을지언정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는 의혹들이 연일 언론지상을 메우고 있다.

마치 소설 같은 이야기가 현실을 난도질 하는 가운데 실제 정치계의 성접대를 소재로 한 소설이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2009년 연예계를 발칵 뒤집었던 신인 여배우 장자연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연극계에서도 장자연 사건을 조명했다. 현실이 반영된 소재의 문화 상품들이 속속 대중과 만나면서 약자를 대하는 강자의 뻔뻔함을 직면한 대중들의 공분 또한 증폭되고 있다.

지난 2월 출간된 ‘야색계’는 정인숙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시리즈 소설이다. 정인숙 사건은 제3공화국 당시의 의문사 사건이다. 고급 요정 종업원 정인숙은 1970년 3월 의문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정인숙이 출산한 아이의 아버지가 정치권 실세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현웅 작가 소설 속 주인공 공 나인숙은 마성의 육체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인과 경제인들을 사로잡는다는 이야기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노리개’는 故장자연 사건을 파헤치는 열혈 기자 이야기다. 영화 속 주인공 정지희(민지현)는 소속사 대표로 인해 언론, 기업의 고위 간부들의 술 접대 자리에 불려 다녀야 했다. 힘없는 신인 배우의 탈출구는 죽음뿐이었다. 정지희 자살을 둘러싼 진실 공방과 그 과정에서의 펼쳐지는 소위 힘 있는 이들의 막말을 통해 관객의 분노는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2일부터 31일까지 공연된 연극 ‘빨간시’도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한 유력 일간지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실제 자신이 연루된 사건은 아니지만 사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자책은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갔다온 할머니의 삶과 연관지으며 죄책감을 극대화 시킨 인간 심리에 관한 연극이다.

이처럼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성상납을 소재로 민감한 이야기를 들추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고발이며 약자 대변을 위한 목소리다. ‘노리개’를 연출한 최승호 감독은 “상식이 깨진 연예계와 부조리한 사회 문제를 들춰내 고발하고 싶었다”며 “한 여배우의 죽음에 아무렇지 않은 듯 내뱉는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막말이 관객을 격분케 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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