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마틸드의 목걸이와 하우스푸어 - 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입력 2013-04-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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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드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문교부 하급관리의 아내라는 따분한 처지에 주저앉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뜻하지 않게 장관 내외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마틸드는 남편이 사냥총을 사려고 저금해 둔 돈 400프랑으로 옷을 사고, 폴레스티에 부인으로부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치장했다. 파티에서의 마틸드는 눈부셨다. 집에 돌아온 새벽 4시, 마틸드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해 거울 앞에 섰다.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목걸이가 없어졌던 것이다.

내외는 빌려온 목걸이와 똑같은 것을 무려 3만6000프랑에 사 돌려주었다. 그 돈은 남편이 받은 유산에다 빚을 내어 마련한 것이었다. 빚을 갚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마틸드는 늙었다. 어느날 마틸드는 폴레스티에 부인을 만났다. 부인은 처음에 마틸드를 몰라보았다. 마틸드는 부인에게 목걸이로 인해 고생한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듣고 부인은 말했다. "에구머니나, 그것은 500 프랑짜리 가짜였는데!"

이 이야기는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의 줄거리이다.

가계대출로 인한 하우스 푸어가 많아졌다. 대출 받아 장만한 집을 팔지도 못한 채 원리금 부담으로 생활이 빈곤하게 된 하우스 푸어, 중산층마저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있다. 하우스 푸어가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주택을 선호한다. 따라서 빚까지 내어 주택에 쏟아부었다.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비중은 자산의 약 80%로, 미국 37%, 일본 40%에 비하여 두 배 이상 높다. 일부 하우스 푸어들은 뒤늦게 언론의 선동 보도를 탓한다. 분양광고 수입에 목을 맨 언론의 과장된 분양 열기에 현혹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정책의 문제 아니었을까? 당초부터 민간건설업자 배불리는 민영아파트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건설 위주로 정책을 세웠다면? 우리는 그동안 주택 장만을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해 왔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5% 정도, OECD국가 평균인 1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죽하면 주택건설 공기업마저도 분양아파트 건설과 그로 인한 이익 성취를 자랑해 왔을까. 고급 민영아파트, 10년 세월을 저당잡는 마틸드의 ‘가짜 목걸이’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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