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군비지출 규모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5일(현지시간) 밝혔다.
SIPRI가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72국의 2012년 군비지출 총액은 약 1조7500억 달러(약 1969조 원)로 전년보다 0.5% 줄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6820억 달러와 1660억 달러로 1·2위를 차지했고 러시아는 907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영국 일본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한국의 지출 규모는 전년보다 1.9% 늘어난 317억 달러로 이탈리아와 브라질에 이어 12위에 올랐다.
3대 군사비 지출 국가 가운데 미국은 전년 대비 6.0% 감소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약 7.8%와 16.0% 증가했다.
2년 연속 군비감축에 들어간 미국은 과거 미국·소련 간 냉전 시대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조사대상 전체의 40% 아래로까지 지출이 줄었지만 여전히 유일 군사대국의 자리를 지켰다.
대륙별로는 시리아 내전 사태가 장기화하고 인접한 북아프리카로 확산하면서 두 지역 군비지출액이 각각 8.3%와 7.8%씩 크게 늘었다.
아시아의 전체 지출액은 3.3% 증가한 가운데 중국과 영토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지속적인 군비증강이 두드러졌다.
유럽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유럽연합(EU)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한 31개 회원국 가운데 군비지출을 10% 이상 줄인 나라가 절반이 넘는다.
SIPRI는 보고서에서 “군비가 감소한 것은 지난 1998년 이래 최초라고는 하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적 지출 규모는 냉전 때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서구 열강이 각종 긴축정책과 아프가니스탄전 장기화로 허리띠를 조여매는 사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들은 경제발전 자금이 끊임없이 군비로 유입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세계 군비 지출의 균형이 서구 열강에서 그 외 지역으로 이동하는 전조”라고 분석했다.